지난달 28일 낮, 부산의 한 아파트 경비실을 찾아 유난히도 이번 여름이 힘겨웠던 아파트 경비원의 한숨을 들어봤다.
통풍도 제대로 되지 않는 한평 남짓한 좁은 공간은 CCTV와 인터폰 등 각종 장비에서 쏟아내는 열기로 마치 가마솥을 연상케했다.
경비원 김모(67) 씨는 줄줄 흐르는 땀을 연신 닦아내며, 택배 짐들 틈에서 제대로 앉지도 못한 채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이미 온몸이 땀으로 젖어 움직일 힘조차 없고, 선풍기에서는 뜨거운 바람만 불뿐이었다.
바깥 공기라도 쐴 겸 아파트 주변 순찰에 나서지만 각종 주민 민원 처리와 택배 접수 등으로 찜통같은 경비실을 비울 수도 없었다.
김 씨는 "잠시 자리를 비울 수 있는 건, 땡볕 아래 각 가정에서 나온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수거품을 정리 할 때가 고작"이라고 말했다.
시원하게 샤워라도 하고 싶지만, 공용화장실 세면대에서 세수정도 할 수 있는 것에 만족해야 한다.
고용노동청이 제정한 '산업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따르면, 환경미화원과 경비원의 건강 보호를 위해 각 사업장은 휴게시설과 샤워실 등을 설치해야 하지만, 김 씨가 있는 아파트를 비롯해 지키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이처럼 하루종일 무더위와 사투를 벌이며 24시간 2교대로 힘들게 일한 댓가로 김 씨가 한 달에 손에 쥐는 월급은 약 130만 원에 불과하다.
4대 보험과 용역회사의 알선수수료 등을 제하면 실수령액은 120만원 정도이다.
최저임금은 보장받고 있지만 업무 강도에 비하면 턱없이 적게만 느껴지는 돈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을 선호하는 입주민의 분위기 탓에 언제 잘릴지 몰라, 가만히 앉아있기도 힘든 푹푹 찌는 경비실에 소형 에어컨 하나 놓아달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혹시 입주민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싶어 아파트 이름조차도 밝히기 어려워하던 김 씨는
"올해 여름은 겨우겨우 버텨냈지만 내년 여름은 어찌 보낼지 벌써부터 걱정이다"며 한숨을 내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