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재통합…4년 만에 ‘정책 뒤집기’ 논란

한국산업은행 여의도 본점. (자료사진)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를 분리했던 정부가 불과 4년만에 재통합 결정을 내리면서 ‘정책 뒤집기’ 논란이 불가피해졌다.

정책의 오류가 발견될 경우 방치하는 것보다는 조기에 시정하는 게 바람직한 태도이긴 하지만, 중요 정책을 너무도 쉽게 번복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금융위원회 등 정책 당국과 입안자들은 정책 실패에 대해 책임있는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서 정부의 신뢰성도 갉아먹고 있다.

이번 결정에서 가장 주목되는 것은 두 기관을 다시 합치기 위해 동원된 논리다.


정책금융 강화와 시장마찰 해소로 과거 산업은행 분리와 민영화의 핵심 논리와 일치한다.

정부가 똑같은 이유를 들어 정책금융의 중추 기관을 떼어놨다 다시 붙이는 셈이지만 이에 따른 혈세 낭비 등에 대해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 것이다.

일각에선 산업은행 분리와 재통합에 따른 비용이 최대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로 두 기관은 분리된 이후 각각 민영화와 정책금융 강화를 명분으로 덩치를 급속히 불렸기 때문에 재통합에 따른 구조조정은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산업은행으로 사실상 흡수통합되는 정책금융공사의 경우 출범 당시 100여명이던 인원이 400명선으로 늘어났고 자산도 30조원에서 70조원으로 증가했다.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사정은 좋지 않다. 민간과 경쟁하기 위해 출시한 ‘다이렉트 예금’ 등 소매금융이 대표적인 예다.

다이렉트 예금은 2011년 9월 출시 초기에는 연 4%가 넘는 고금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효자상품으로 불렸지만 현재 금리는 3% 이하로 떨어지며 인기가 시들해졌다.

정부는 산업은행의 소매금융 업무는 현 수준을 유지하면서 점진적으로 축소하되 지점 확대와 예금 신규 유치는 중단한다고 밝혔다.

정책금융의 본류는 산업은행보다 오히려 정책금융공사에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부담은 산업은행도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부는 4년 전 산업은행 분리 및 민영화 방침 발표 때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이 5%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부가 장기적인 비전과 청사진을 명확히 그려놓은 뒤 개편을 해도 늦지 않는데 불과 4년만에 정책을 뒤집는 것은 단순한 과거 회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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