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빛은 풀린 채, 무표정하게 바닥을 응시하는 환자들의 표정에서 ‘삶의 의욕’은 찾아볼 수 없다. 그냥 멍하니 있는 얼굴에서 무기력함이 묻어난다.
잠시후 “흔들의자에 앉으신 여러분 다같이 움직여 볼까요”라는 멘트와 함께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왔다.
댄스테라피 강사의 지도에 따라 멍하니 있던 이들이 고개를 오른쪽, 왼쪽 번갈아 가며 까딱까딱하기도 하고 어깨도 으쓱으쓱한다.
이들은 바깥세상에서는 정신질환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아야 하지만 이곳에서만은 '나'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나'를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댄스 테라피 심리치료사 일을 해 온 최정아 씨는 10년째 이 일을 하고 있다.
우연히 봉사활동을 통해 ‘댄스 테라피’를 알게됐고 세상과 단절된 사람들의 마음을 끌어내 주는 게 ‘춤’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 최 씨는 무용치료 대학원에서 학위를 받은 뒤 댄스테라피 전문 치료사로 나서게 됐다.
최 씨가 주로 만나는 사람들은 정신질환을 앓거나 학교 폭력이나 가정 폭력 등으로 상처받은 사람들,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세상으로부터 핍박받고 외면당했다는 것이다.
최 씨는 이들이 자신을 표현하며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춤이란 건 특별한 게 아니에요. 내가 숨을 쉬는 것도 춤이 될 수 있어요. 춤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는 것이에요”
최 씨가 말하는 ‘춤’은 억지로 따라하는 춤이 아니다. 마음이 동할 때 저절로 나오는 동작이다.
사람과 사람이 언어적으로 서로를 인식하는 것은 20%밖에 되지 않는다. 대부분 비언어적인 동작이나 눈빛들로 자신을 표현하게 된다.
댄스테라피 치료사들은 말이 아닌 동작과 눈빛을 이용한 비언어적인 소통 방법을 알려주는 일을 하는 것이다.
사회가 점점 개인화되고 서로에 대해 무관심해지면서 병원뿐 아니라 기업과 학교에서도 ‘댄스 테라피’ 강의가 늘어나고있다.
최 씨는 “댄스 테라피를 통해 사람들이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고, 그걸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모든 사람들이 춤을 출 수 있는 '건강한'사회가 되길 바란다"는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