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정상회담 제안한 日…할 만큼 했다는 '언플' 모양새

일본 고위 관료들의 잇따른 망언으로 한일관계가 어그러진 가운데 일본이 여러 경로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있다. 일본 측은 특히 비공개 자리에서 이뤄진 최근 제안 내용을 언론에 흘리는 등 이중적인 행태을 보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20일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이 전날인 19일 이병기 주일대사와의 만찬회동에서 G20 회의 등 다자 정상회의 때 한일 정상이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일본 측은 여러 외교경로를 통해 한일 정상회담을 희망한다는 뜻을 전해왔지만 우리 정부는 과거사 왜곡 등과 관련해 일본이 진정성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혀왔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를 통해 "과거를 직시하려는 용기가 없으면 신뢰를 쌓기 어렵다"고 했다.

이날 일본 언론이 한일 외교라인에서 이뤄진 정상회담 제안 내용을 보도한 것도, 일본 측의 '언플(언론플레이)'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면서 자국 내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본 정부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내부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관련 내용을 '흘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병기 대사와 기시다 외무상의 만찬은 비공개로 이루어졌음에도 바로 다음 날 일본 언론에 공개됐다. 이 자리에는 아베 신조 총리의 측근으로 꼽히는 사이키 아키타카 사무차관, 이하라 준이치 아시아대양주 국장 등이 배석했다.

외교부 고위 관계자는 "만찬 자리에서 어떤 내용의 대화가 오고갔는지 '노코멘트'하기로 양측이 약속했었다"며 "현재로썬 한일 정상회담과 관련한 일정을 진행하고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일본 정부가 회담 제의를 했다는 사실을 이렇게 알리는 것만으로도,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일본 정부가 할 만큼 하고 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 수 있다. 실제로 한국이 제의를 받아들일 경우 한일관계를 정상화할 수 있는 기회도 생긴다는 것을 노린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9~10월에 예정돼 있는 G20 정상회의는 물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아세안+3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무대에서 한일 정상 간 만남을 계속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또 역사왜곡과 극우적 망동으로 관계가 악화된 중국과도 이들 자리에서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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