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 전 원장과 김 전 청장은 이날 청문회에서 재판을 이유로 증인 선서를 거부하면서도 검찰의 기소 내용은 전면 부인했다. 원 전 원장은 “국정원 댓글작업은 대북심리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대선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주장했고 김 전 청장은 “허위 수사발표나 축소 수사 지시는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두 증인의 동일한 답변이 청문회 내내 반복되자 신기남 위원장이 나섰다. 청문회가 시작된지 12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신 위원장은 “국정원과 경찰이 지우고 지우고 또 지웠지만 검찰은 불법 정치관여 게시글 2000개, 찬반클릭 1800개을 찾아냈고 이 중에 공소시효가 남아있는 대선 관련 댓글이 73개라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그러면서 “그런데도 어떻게 70명이 73건이면 하루에 한 건도 안된다는 말을 하느냐, 심각성을 느끼지 못하느냐”면서 “핵심을 정말 모르는건지 모르는 척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고 개탄했다.
신 위원장은 부하 직원과 관련된 발언들도 지적했다.
원 전 원장은 “정치적인 댓글은 직원이 개인 의사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고 김 전 청장은 “분석관들이 자율적으로 양심에 따라 최선을 다해서 분석에 임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보기에 따라서는 부하직원들에게 책임을 미루는 것으로도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신 위원장은 “검찰이 부하직원들은 상명하복을 감안해 기소유예하고 (수장인) 두 증인만 기소한 것”이라며 “증인들이 책임이 없다고 한다면 대신 부하직원들이 기소되고 책임져야 하는 것이냐”고 질타했다.
그는 “두 증인이 부인하는 의미가 그렇게 심각한 것”이라며 “답답하다 그런 심각성을 인식하고 증언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신 위원장의 준엄한 일갈에 원세훈․김용판 두 증인은 물론, 국정조사 기간동안 신 위원장의 불공정한 회의진행에 불만을 품고 퇴장가지 했던 새누리당 의원들도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