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탈구 투혼' 정찬성…국내 후원사 어디 없소?

"정기적으로 금전 및 용품 후원해주는 국내 기업 없어"

'코리안 좀비' 정찬성. 윤창원기자/자료사진
"저는 인기가 많다고 생각하지만 돈은 많이 벌지 못해요."

'코리안 좀비' 정찬성(26, 코리안좀비 MMA)이 지난달 19일 조제 알도(27, 브라질)와 경기 앞두고 국내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정찬성은 4일(한국시간) 열린 'UFC 163'에서 한국인 선수로는 처음으로 UFC 타이틀에 도전했다. 비록 졌지만 그는 어깨탈구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투혼과 챔피언과 대등한 경기력으로 전 세계 팬들을 감동시켰다.


국내 UFC 파이터 최초 타이틀전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이날 대회는 평균 2.1%, 최고 4.9%로 케이블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했다. 메인이벤트인 정찬성-알도 경기만 따로 놓고 보면 남녀 전 연령대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자료: 수퍼액션 제공).

정찬성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하다. UFC 3경기에서 특별 보너스만 4번 받았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 스타일과 창의적인 서브미션을 자랑한다. UFC는 대회 직후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 넉아웃 오브 더 나이트, 서브미션 오브 더 나이트를 시상한다. 특히 닉네임 '코리안 좀비'는 국제적 인지도가 높다.

하지만 실력과 인지도에 비해 정찬성의 수입은 많지 않다. 정찬성은 2011년 12월 마크 호미닉에 '7초 KO승'을 거둔 후 UFC와 4경기 재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 상 작년 5월 더스틴 포이리에 전에서 파이트머니 1만7천달러(약 1900만원), 승리수당 1만7천달러를 받았다. 이번 경기의 파이트머니와 승리수당은 각각 2만 달러(약 2200만원). PPV(페이퍼뷰) 수당은 없다.

결국 타이틀전에서 정찬성이 벌어들인 돈은 파이트머니 2만 달러가 전부다. 브라질은 세금이 35~45%라서 그가 손에 쥔 돈은 훨씬 적다. 더구나 원정훈련 비용을 대부분 자비로 해결해서 출혈은 더 심했다. 정찬성은 현지 적응을 위해 스태프 4명과 브라질에 훈련캠프를 차리고 20여일간 체류했다.

병원비도 본인 몫이다. 그는 경기 후 어깨탈구와 안와골절 부상을 당했다. 맞아도 물러서지 않는 스타일이라 부상이 잦고 치료비도 많이 들 수밖에 없다. 팬들의 환호 뒤에 감춰진 아픔이다.

UFC 타이틀전에서 명승부를 펼치고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정찬성. 가장 큰 이유는 든든한 국내 후원사가 없기 때문이다. 정찬성의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정기적으로 금전 및 용품을 후원해주는 국내 기업은 없는 실정이다. 시합이 있을 때 소규모 기업에서 격려금을 받는 정도"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국내에서 종합격투기를 스포츠가 아닌 싸움으로 보는 시각이 많고, 중장년층은 UFC를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후원사를 찾기 어렵다. 기업 이미지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후원을 거절당한 적도 많다"고 했다.

사실 종합격투기는 단순히 '맞고 때리는' 싸움이 아니라 가장 과학적이고 정직한 스포츠 중 하나다. 체급 경기인 만큼 체계적인 감량은 필수. 상대에 따라 전략을 바꾸는 지략도 필요하다. 특히 타격, 주짓수, 레슬링을 모두 섭렵해야 하기 때문에 훈련량이 많다. 땀 흘린 만큼이 경기장에 고스란히 드러나서 게으름을 피울 수 없다. 그만큼 거짓이 없다.

1993년 창설된 UFC는 역사가 20년에 불과하다. 그러나 합리적이고 공격적인 운영으로 세계 최고 종합격투기 단체로 자리매김 했다. 전 세계 종합격투기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북미, 브라질, 유럽, 호주에 이어 작년부터 아시아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는데, 실력과 흥행성을 갖춘 정찬성은 아시아 선수 중 최고 블루칩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가운데 정찬성은 전범기인 일본 욱일기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앞장서며 '민간 외교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지난 3월, 욱일기가 새겨진 도복을 입고 경기에 출전한 웰터급 챔피언 조르주 생피에르의 사과를 끌어낸데 이어 최근 UFC 측에 '욱일기가 그려진 옷의 착용을 금지해달라'는 서한을 전달했다.

정찬성은 챔피언에 대한 열망이 컸다. 그만큼 상실감과 허탈감이 크다. 그는 알도에게 패한 후 자신의 SNS에 '챔피언이 아닌 선수로 살아가게 됐다'며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지난 6일 귀국 후 받은 MRI 정밀검사가 나와야 정확한 몸 상태를 알 수 있지만 또다시 수술과 재활을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 그러나 그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타이틀에 재도전 하겠다"고 선언했다.

정찬성은 '어깨탈구 투혼'과 뛰어난 경기력으로 우리에게 많은 감동을 줬다. 이제 국내 기업이 정찬성을 감동시킬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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