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에 충실한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이례적으로 발빠르게 대응에 나선 것이라는 평가와 함께 여론악화를 의식한 결정으로 관측된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서민경제가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을 위한 경제정책 방향과 어긋나는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이번 개편안은 아직 국회 논의 과정이 남아있고, 상임위에서도 충분히 논의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당과 국회와도 적극 협의하고, 국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서 어려움을 해결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박 대통령의 이같은 지시는 비과세 감면 혜택 축소로 봉급생활자들의 소득공제가 줄면서 사실상 세금을 더 내게 돼 불이익을 받는 현상을 바로잡으라는 지시로 해석된다.
지난 8일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여론이 들끊자 나흘만에 중산층에 부담이 돌아가는 부분에 대해 '원점 재검토'로 1보 후퇴한 것이다.
한번 결정한 일에 대해서는 좀처럼 재론하지 않는 박 대통령의 스타일상 이례적으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들끊는 여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민주당이 비판여론을 등에 업고 이날 정오를 기점으로 '세금폭탄 저지 서명운동'을 시작하는 등 공세를 본격화 하기로 한 것도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세제개편안과 관련한 고조되고 있는 비판여론을 조기에 진화하고 야당에게 세몰이의 빌미를 주지 않기 위한 발빠른 조치였다는 것이 정치권 안팎의 대체적인 평가다.
다만, 세제개편안 발표 전부터 이같은 여론 악화는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는 점에서 발빠른 대응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비판으로부터는 자유로울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박 대통령은 이와함께 세제개편안에 대해 "그동안 많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고쳐지지 않았던 우리 세제의 비정상적인 부분을 정상화하려고 했다"며 큰 틀에서는 올바른 방향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개정안에 대한 오해가 있거나 국민들에게 좀 더 상세히 설명할 필요가 있는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보완한 부분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개편안 가운데 국민들에게 잘못 전달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라는 지시인 동시에 "봉급생활자에게'만' 부담을 지웠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서는 밀리지 말고 대응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