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정무'도 박근혜 스타일…박준우, 정무수석 '틀' 깬다

30년간 외교관 생활...선진정치 경험 박 수석 통해 새 정치문화 구축 의지

박준우 정무수석(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지난 5일 이정현 홍보수석이 정무수석에 박준우 전 벨기에.EU대사가 임명됐다고 발표했을 때 기자들 사이에 술렁임이 있었다.


통상 청와대와 국회를 연결하는 가교 역할을 한다고 표현되는 정무수석에 정치권 인사가 아니고 전직 외교관 출신이 임명됐기 때문이다.

이런 술렁임은 국회에서도 있었다. 야당은 '코미디', '일본 민주당하고 대화하겠다는 거냐'고 꼬집었고, 여당 최고위원들 사이에서도 "박준우가 누구야?, 여당이 모르는 정무수석이 어디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그로부터 사흘이 지난 8일, 박근혜 대통령이 김기춘 비서실장과 박준우 정무수석 등 신임 비서들에게 임명장을 주고 환담했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어떻게 30년 외교생활 하시는 분이 정무에 오셨냐는 기사가 많더라"며 "워낙 정무적인 감각이나 협상이나 이런 데서 인정을 받으셨지 않냐"고 박 수석에게 힘을 실어줬다.

특히 "좀 더 새로운 시각에서 우리보다 앞선 정치문화, 선진문화를 많이 접하시지 않으셨냐"며 "선진적인 정치문화가 우리 사회에 정착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그 분야도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런 언급은 박 대통령이 정무수석을 기존에 정치권에 굳어진 이미지의 정무수석이 아닌 새로운 개념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장관 역할을 했던) 특임장관의 한 해 예산이 70억원 가량됐는데 그게 다 의원들 밥사는 데 들어갔다"며 "밥 사주고 민원 들어주는 식의 정무 기능에 대해 박 대통령이 매우 비판적으로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렇듯 박 대통령이 외교관 생활을 오래 한 박 수석을 '의외'라는 비판이 일 것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기용한 것은 청와대와 국회 관계를 정상화시키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선진 정치를 경험한 박 수석을 통해 새로운 정치문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박 수석의 기용을 대(對)국회용 정무수석이 아니라 해외정무용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해외지도자들의 통치스타일이나 이념, 정치문화 등 박 대통령이 대통령직에 있으면서 참고할 만한 사항들을 조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정무수석을 해외정무용으로 기용할 정도로 칸막이를 허물려는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박 수석이 나름대로 청와대와 국회의 연결 고리 역할을 잘 하지 않겠냐"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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