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의 경제'를 악용해 영세 콘텐츠 제공업자와 서비스 업체들의 아이디어를 도용했다는 사회 일각의 거센 지적을 일부 수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NHN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1,000억원 규모의 펀드 조성 내용 등이 담긴 ‘인터넷 상생협력 방안’을 발표했다.
NHN이 자발적으로 상생협력안을 만들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벤처기업으로 시작한 NHN은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성공을 바탕으로 현재 계열사가 53개에 달하는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각종 디지털콘텐츠 유통과 부동산, 쇼핑,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등의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문어발식 경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가 70%에 달하는 인터넷 검색광고 시장 점유율을 악용해 각종 불공정행위를 한 혐의로 현장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갑의 횡포'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일부 정치권에서는 네이버를 겨냥한 '포털사이트 규제법' 입법 논의까지 진행 중이다.
이를 의식한 듯 김상헌 NHN 대표는 "그동안 성장을 위해 달리기만 해 주변과 함께 상생해야한다는 것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며 "뒤늦게나마 상생협력안을 내놓게 됐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또 "(사업을 하면서) 간과한 부분은 없었는지, 겸허히 수용할 부분은 없는지 등을 진지하게 고민했다"고 덧붙였다.
◈ 1000억원 규모 상생펀드 조성...정보.광고 분리
NHN은 네이버와 콘텐츠 제휴 등 협력관계에 있는 사업자들과 상생을 논의하는 ‘네이버 서비스 상생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본격적인 협의를 위해 상생협의체 내에 가칭 '만화발전위원회'를 먼저 발족시키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벤처기업협회와 한국무선인터넷산업연합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등이 상호 협력해 신생 기업 지원과 협력을 논의하는 ‘벤처기업 상생협의체’도 만들기로 했다.
김 대표는 “업계의 이야기를 더 많이 듣고 함께 고민하기 위해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허울뿐이 아닌 실천하는 협의체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힘의 불균형'과 ‘문어발식 확장’이란 비판을 감안해 ‘서비스 영향 평가제’도 도입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신사업 추진 시 해당 사업이 인터넷 생태계와 사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검토하겠다"며 "기존 사업도 영향 평가 과정을 거치는 등 중소 벤처기업들과의 동반성장에 더욱 힘쓰겠다"고 말했다.
또 네이버 제휴 사업자들이 부당한 조건이나 대우를 받지 않도록 ‘표준계약서 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벤처창업 활성화를 위한 500억원 규모의 ‘벤처 창업지원 펀드’도 조성돼 엔젤투자와 신생 벤처 합병 및 인수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역시 500억원 규모의 ‘문화 콘텐츠 펀드’도 조성해 만화 등 콘텐츠 창작자들을 지원하고 공익 콘텐츠 개발에 투자한다는 방침이다.
논란이 된 광고와 정보 혼란 문제 해결책도 내놨다.
김 대표는 "최근 정보와 광고가 혼동된다는 일각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겠다"며 "정부와 광고주 등 이해당사자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쳐 해결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다른 포털사업자들과 협력해 음란물 등 불법유해정보가 유통되지 않도록 기준을 강화하고 전세계 231개국에서 2억명이 이용 중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을 활용해 한류 콘텐츠가 해외로 진출하는 것도 지원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