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김영기 조사국장은 25일 출입기자단과 가진 오찬 간담회에서 "올해 세무조사를 당초 계획보다 1,000여건 줄여 1만 8,000건 정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국세청은 지난 4월 전국세무관서장회의에서 올해 1만9,000건의 세무조사를 계획했었다.
김 국장은 "중소기업, 소상공인 및 건설, 조선, 해운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업종들을 중심으로 세무조사 건수를 축소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국장은 "지난 4월 매출액 500억원 이상 법인의 조사비율을 15.9%에서 20%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조사건수가 1,000여건 줄어들면 전체 조사비율은 18% 정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 500억원 미만 중소기업의 세무 조사비율은 전체 납세자 대비 0.7% 이하, 최대 3천700건으로 줄어들고, 영세 개인사업자는 0.1% 수준, 4천100건을 유지한다.
납세자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세무조사 기간도 단축된다.
국세청은 내부 조사지침을 바꿔 올해 5월부터 조사기간을 최대 35%까지 줄였다. 이에 따라 지난 5월부터 매출액 10조 이상 대법인의 경우 기존 최장 170일의 조사기간이 최단 110일까지 단축됐다.
국세청이 이처럼 당초 세무조사 대상을 대폭 축소하고, 조사의 강도도 낮춘 것은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기업 심리를 더욱 위축시킨다는 재계와 기득권층의 반발 때문이다.
국세청에 따르면 실제 상반기 세무조사 횟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천600건이 줄었다. 감소한 세무조사 건수의 90%는 매출 500억 원 미만의 중소기업이다. 즉 세무조사가 대기업에 상대적으로 집중됐다는 이야기다.
일부에서는 세무조사 기간이 너무 길어 업무에 방해를 준다는 불만도 제기하지만 상반기에 조사기간 연장비율은 9.2%로 지난해 10.4%보다 감소했다.
김 조사국장은 최근 세무조사를 둘러싼 일부의 비난 여론에 대해 답답함을 호소했다.
그는 "세무조사는 국세청이 늘 하는 업무인데, 최근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실제 사실과 관계없는 ‘세금폭탄’, ‘세금광풍’이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다"며 "실제로 올해 상반기 조사를 많이 해서 세금을 더 걷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일각에서 국세청이 매출액 대비 1~2%를 세수 목표로 할당해서 조사를 하고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이는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런 근거 없는 과세유형은 조세심판, 이의신청, 행정소송 등을 통해 분명히 가려지고 관련 직원은 패널티를 받게 된다. 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실제로 국세청이 세무조사에 착수한 뒤 별도의 추징세액 없이 조사를 종결한 건수가 올 상반기 6~7% 내외로 평년 수준과 차이가 없다.
국세청은 역외탈세, 고소득자영업자, 대기업·대재산가, 민생침해사범 등 4대 지하경제 분야에 대해서는 강도 높은 조사를 한다는 데 변함이 없다.
또 대기업에 대한 정기세무조사도 원칙대로 유지할 방침임을 분명히 했다. 김 국장은 "대기업은 계열사가 많다보니 1~2개 기업은 연간 상시적으로 세무조사를 받는 게 사실"이라며 "정기조사는 평상시 업무이기 때문에 큰 변동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조직적인 저항 앞에서 이마저도 제대로 이행될지는 두고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