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는 은행 자동화기기(ATM)에 올라앉아 유유히 에어컨 찬 바람을 즐기고 있는 한 여성의 모습이 담겼다.
하지만 심야에 텅빈 ATM코너에서 헛도는 에어컨들을 감안하면, 이 여성이 벌인 일은 차라리 '실용적'이다.
지난 24일 새벽, 서울 한 주택가에 설치돼있는 모 시중은행의 24시간 ATM 코너.
인적이 끊긴 시간대인데도 내부에 에어컨이 켜져있다 못해, 유리창에 물방울이 맺힐 정도로 서늘했다. 취재진이 온도를 재어보니 24.5℃를 가리켰다.
정부가 사상 초유의 전력난에 대비해 학교나 관공서 등을 대상으로 냉방 설정 온도를 26℃로 제한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절전 사각지대'인 셈이다.
일반 자동화코너는 고객 이용이 드문 오후 11시부터 오전 7시까지 문을 닫으므로, 심야나 새벽시간대엔 냉방도 가동하지 않는다.
한 시중 은행 관계자는 "통상 운영 시간에 따라 냉방기를 가동하기 때문에 24시간 ATM코너라면 기본적으로 24시간 가동하는 게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또다른 은행 관계자도 "점포별 운영 시간에 맞게 냉방기를 가동하고 있다"며 이를 확인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정부 지침에 따라 26℃로 냉방 온도를 설정하고 있다"면서도 "고객들의 민원이 잦으면 부득이하게 해당 점포가 개별적으로 설정 온도를 낮출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보통 24시간 ATM코너에서 2㎾ 소비전력을 갖춘 에어컨을 가동할 경우, 오후 11시부터 다음날 오전 7시까지 8시간 동안 소모되는 전력량은 최소 3.2kWh에 이른다.
공중전화 부스 크기인 ATM코너 세 군데서 심야에 헛도는 냉방 전력량만도 10kWh에 달한다는 얘기다. 한 가족 네 명 식구가 하루 종일 사용하는 생활 전력량과도 맞먹는 규모다.
전국에 분포한 국내 7개 시중은행의 ATM코너는 대략 3만여 개가 넘는다. 이 중 24시간 코너는 수천여 곳에 이른다.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이용 빈도가 낮은 ATM코너는 24시간 운영되는 곳이라 해도 상황에 맞게 냉방기를 끄는 게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