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크루즈 허브 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범정부 차원의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급증하고 있는 크루즈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단기간 대책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부산 남구 용호동 신선대 부두.
쉴 새 없이 움직이는 골리앗과 컨테이너 차량 탓에 눈을 뜨고 있기 힘들 정도로 미세 먼지가 흩날리는 가운데 7만5천톤급 호화크루즈 코스타 빅토리아(Costa Victoria)호가 정박한다.
상하이, 제주를 거쳐 부산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부분이다.
들뜬 표정으로 배에서 한달음에 뛰어내린 관광객들은 이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아름다운 항구와 세련된 도시 모습을 상상했지만, 귀가 찢어질 듯 시끄러운 굉음과 사이렌 소리, 컨테이너 트럭들이 쌩쌩 달리는 생경한 모습 때문이다.
중국인 관광객 A(37)씨는 "깨끗하게 정비돼 있는 부산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내리자마자 공사판을 방불케 하는 혼란스러운 모습에 놀랐다"며 "쉴새 없이 경보음이 울려 퍼지는데, 컨테이너에 시야가 가려 앞을 볼 수 없으니 불안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객 B(54)씨는 "여행하기 전 사진에서 봤던 부산의 모습이라는 영 딴판"이었다며 "내리자마자 대형 트럭이 오가는 모습에 여행상품을 잘못산 것인지, 배에 이상이 있어서 비상 정박한 것인지 등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관광객들을 실은 관광버스 60여 대가 신호도 차선도 없는 부두 내 도로를 빠져나가면서 큰 컨테이너 차량과 맞닥뜨리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된다.
안전요원 10여 명이 길을 안내하지만, 넓은 도로를 다 통제하기란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이따금 해병 전우회가 군복을 입고 교통 안내에 나서면서 관광객들 가운데는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군인이 투입된 것이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는 해프닝도 자주 벌어진다.
부산 모 선박 에이전시 관계자는 "화물부두에 크루즈가 정박할 경우 걸어서 밖으로 나갈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손님이 하선한 뒤 버스에 탑승하기까지 약 2시간 정도 걸린다. 이 때문에 손님들을 만나자마자 왜 화물부두에 크루즈가 정박했는지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며 "일부 승객은 도로에 군복을 입고 교통지도를 하는 해병 전우회 소속 안전요원을 보면서 불안하다고 하선을 거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들어 부산항에 호화 크루즈가 동시 입항하면서 1부두, 자성대, 신선대 부두에 크루즈가 정박한 사례는 무려 11차례.
앞으로 10월 말까지 3척이 또 화물부두에 정박할 예정이다.
이 때문에 모처럼 호기를 맞은 크루즈 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화물부두 이용시 개선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