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여야 정치권에 따르면 박경국 국가기록원장은 전날 국회 운영위에 출석해 "제목만이 아니라 본문까지 검색했으나 NLL대화록을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기록원에 해당 문건이 없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그런데 여야 열람위원들이 기록원을 찾아가 검색결과를 보고받던 당시 기록원은 본문검색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해 기록원 측 관계자는 운영위에서 "전자문서의 경우 첨부파일에 들어있는 본문을 검색하기 위해서는 지정기록물이 암호화돼 있어 이를 풀어야 하는데 이런 방식의 본문 검색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질책과 해명 요구가 이어지자 기록원의 또 다른 관계자는 "17일 여야 의원들이 돌아간 뒤에야 본문검색을 시도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여야 열람위원들은 지난 15일과 17일 기록원을 찾아가 열람 작업을 실시했었다. 따라서 열람위원들에 대한 현장보고 때 기록원은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속인 것이다.
기록원은 운영위에서 "17일 밤 본문검색을 했어도 해당 문건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진술 역시 새누리당 의원들의 '유도신문'에 대해 수긍하는 정도였을 뿐, 명시적으로 '없다'고 단정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결국 뒤이은 민주당 의원들의 "본문검색도 안 한 채 함부로 단정한다"는 비판에 박 원장은 사과하고 말았다. 기록원이 '말바꾸기' 촌극을 벌인 셈이다.
봉인된 대통령지정기록물에 대해서는 색인작업도 이뤄지지 않았고, 따라서 키워드 입력방식의 본문검색은 불가능하다. 참여정부의 대통령기록물 이관작업을 총괄한 임상경 전 청와대 기록관리비서관은 "본문에서 키워드를 검색하려면 대상 기록물에 일일이 색인을 달아야 하는데 그 작업은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록원은 'NLL' '북방한계선' 등 여야가 7개 키워드를 제시한 지난 5일부터 10여일간 검색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기록원은 1차 방문 전 사흘, 2차 방문 전 하루 등 나흘 동안 검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어진 시간의 반도 사용하지 않고 그마저도 본문검색은 하지도 않은 채 "없다"고 단정한 것이다.
이에 따라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 요구에 태만한 일처리로 일관하다 성급한 결론을 낸 뒤, 결론에 대해 사과와 철회를 일삼은 기록원 측의 처사를 놓고 논란이 가중될 전망이다. 결국 여야가 직접 4명의 전문가를 대동해 회의록 찾기에 나서게까지 만든 책임을 비켜가기는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