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태 발언 24시간 뒤 나온 與의 '올스톱 카드'…왜?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황진환 기자/자료사진)
‘귀태(鬼胎) 발언’을 문제 삼아 12일 새누리당이 국회 보이콧 카드를 꺼내기까지 꼬박 24시간이 걸렸다. 결정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의 브리핑 직후 소집된 새누리당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려졌다.

새누리당 측은 “청와대가 당에 별도로 (강경 대응을) 요청했을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전날 미지근했던 새누리당의 태도가 달라진 데 의문을 가진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강한 어조로 홍 원내대변인을 꼬집고 나선 청와대와의 사전교감설을 부인한 것이기도 했다.

논란이 된 발언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변인이 11일 오전 10시 20분 국회 정론관에 서면서 비롯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을 ‘태어나지 않아야 할 사람’이라는 뜻의 ‘귀태’로, 박근혜 대통령을 ‘귀태의 후손’으로 언급한 것.

당시 홍 원내대변인의 발언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여야 원내대표가 당일 오후 2시 만나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열람위원 명단을 주고받을 때도 문제제기는 없었다. 홍 원내대변인은 민주당 측 열람위원으로 참여했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그때까진 전혀 모르고 있었다”고 했다. “(알았다면) 그걸 털고 넘어갔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충분히 문제삼을 만한 발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윤 수석은 홍 원내대변인의 열람위원직 사퇴도 이날 압박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유일호 대변인의 말은 달랐다. 전날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위해 충청 지역을 방문하고 있던 당 지도부는 “오전에, 거의 점심시간쯤 (귀태 발언을) 보고받았다”는 것이다.

‘즉각적 대응’이 나오지 않은 점은 당 지도부와 원내지도부 사이 교감이 부족했거나, 홍 원내대변인 발언의 ‘폭발력’에 대한 인식수준이 달랐음을 방증한다.

새누리당 첫 공식입장은 당일 오후 4시 20분쯤 나왔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이 “막발과 대통령에 대한 도가 넘는 비하 발언”이라고 문제 삼았지만, ‘대통령과 국민에 사과하라’고 했을 뿐 거취 표명 요구는 없었다.

당일 청와대의 반응도 나왔고, 홍 원내대변인이 저녁 7시쯤 유감표명을 했지만 파장이 급속도로 확산된 건 이날 오전이었다.

청와대가 강한 어조로 재차 나섰고 새누리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기로 하면서 급박한 기류가 언론에 감지된 것이다. 오전 10시에서 10시 30분으로 한차례 연기될 만큼 소집령 또한 긴박하게 떨어졌다.

홍 의원의 발언에 더 이상 금도를 발휘할 수 없다는 판단에 청와대의 이례적인 강경대응이 나왔고 새누리당에서도 뒤늦게 호흡을 같이 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이 때문인지 새누리당 강은희 원내대변인은 홍익표 원내대변인의 의원직 사퇴가 당론이라는 ‘오보’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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