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은 보름전인 지난달 25일 새벽 발생했다.
2층에서 혼자 잠을 자던 10대 여자 어린이가 괴한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어린이는 밤중인데다 충격이 너무 큰 탓에 범인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더욱이 사건 현장에는 단서가 될만한 증거물이 없었다.
이 과정에서 '경찰에 신고하기전 물티슈로 어린이를 닦아 주었다'는 어머니의 진술이 나왔다.
경찰은 곧바로 물티슈를 뒤졌고 체모 10여 점을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분석결과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DNA가 확보됐다.
경찰은 또 피해 어린이 집 주변에 대한 탐문수사와 함께 이웃집 남성과 동종 전과자 등에 대한 DNA 대조작업을 벌여 나갔다.
1,370명의 남성이 DNA 확보를 위한 구강상피 조사에 응했다.
반면 피해 어린이에 대한 조사는 신중하게 진행됐다.
사건 당일 상황을 캐묻기 보다는 제주시 한라병원내 원스톱 지원센터로 보내 신체적. 정신적 치료를 병행하게 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의 심리전문 수사관이 24시간 상주하며 어린이의 심리적 안정을 도왔다.
피해자에 대한 직접적인 조사보다 DNA 확보작업이 먼저 이뤄지면서 경찰수사는 더디게 진행됐다.
또 현장 주변 CCTV와 차량 블랙박스 24대에 대한 분석 작업이 이뤄졌지만 별무소득이었다.
그렇게 하루 하루가 지났고 보름을 훌쩍 넘겼다.
미해결 사건으로 남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졌다.
하지만 이 기간 DNA 분석은 서울과 제주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계속 진행됐다.
하루에 100명에서 200명의 DNA 분석결과가 나왔다.
미제로 남을 뻔한 수사가 활기를 띤 것은 10일 오후였다.
이날 1,370명에 대한 DNA 분석이 모두 마무리됐고 성폭행 현장에서 확보한 DNA와 한 남성의 DNA가 일치한다는 결과가 나왔다.
범인은 바로 피해 어린이집과 불과 50m 떨어진 곳에 사는 20대 남성이었다.
경찰은 이 남성이 제주도내 한 해수욕장에 있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형사팀을 급파해 신병을 확보했다.
남성의 신원은 허 모(22)씨.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생활하는 20대 청년이었다.
허 씨는 범행후 거주지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경찰은 허 씨가 어린이 집과 멀리 떨어진 곳에 오피스텔을 구해 친구와 함께 생활했다고 밝혔다.
허 씨는 또 사건 당시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했다가 DNA 분석 결과가 나오자 범행을 인정했다고 경찰은 덧붙였다.
이와 함께 허 씨는 피해 어린이나 가족들을 잘 알지 못하지만 여성들이 자주 드나드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허 씨가 계획적으로 범행했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그러나 허 씨는 사건 당일 새벽 3시까지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집에 들어가다 저지른 것이라며 우발적 범행임을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또 허 씨가 상해 전과 1건만 있을 뿐 성폭력 전과는 없지만 범행 수법을 볼때 드러나지 않은 성폭력 범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어린이 성폭행범의 대부분은 이웃집 남성이라는 사실이 다시한번 드러났다.
실제로 13세 미만 어린이 성범죄의 80% 이상이 주변인물이나 면식범에 의해 저질러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수사초기 현장감식을 통한 DNA 확보가 중요함을 보여줬다.
이번 사건도 DNA가 없었다면 범인의 강력 부인속에 미제가 될 뻔 했고 제2, 제3의 피해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