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측 위원 베끼기.대필 의혹"전문가협의체 파행

한전 측 위원사퇴하고, 공론화기구 구성해야


밀양 송전탑 전문가협의체의 반대대책위와 야당 측 위원들이 한국전력이 추천한 위원들의 사퇴를 요구했다. 한전 측 위원들의 보고서 대필과 베끼기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반대 대책위와 야당 측 추천위원인 하승수·김영창·이헌석·석광훈 위원은 5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전이 추천한 위원들이 전문가로써 그동안 회의 결과를 반영하는 보고서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한전이 만든 기존 보고서를 베끼거나 누군가 써준 보고서 파일을 쪼개서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 6월 25일 회의에서 한국전력 추천위원인 문승일 서울대 교수, 장연수 동국대 교수와 반대 대책위 추천위원인 하승수 변호사, 김영창 아주대 교수가 협의체 활동시한을 앞두고 집필위원을 맡아 각각 보고서 초안을 작성하고, 7월 2일 회의에서 회람하고 토론하기로 결정했다.

◈ 한전 측 위원들 베끼기, 대필의혹에 휩싸여

하지만 이들 추천위원들은 한국전력 추천위원 보고서 초안을 받아보고 경악할 수 밖에 없었다.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에서 그동안 전문가협의체에서 발표한 자료를 그대로 베껴 보고서 초안이라며 내놓은 것.

한전 추천위원들이 작성한 보고서에 나오는 그림과 도표, 그리고 숫자는 100% 한전 발표 자료에서 복사하듯 베낀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 첫머리의 문장부터 시작해서 끝까지, 한전이 제출한 자료에 나오는 문장을 베끼고, 풀어쓰고, 한전이 발표한 내용을 마치 자신들이 준비하고 작성한 것인 양 그대로 붙여 놓았다고 지적했다. 출처 인용도 하지 않은 사실상의 도용이었다는 주장이다.

더 심각한 것은 한국전력 측 위원들 보고서에 대필 의혹이 있다는 데 있다. 한전 측 집필위원 두 교수는 보고서 초안으로 총 8개의 한글파일을 제출했는데, 문승일 교수가 제출한 보고서 6개의 파일 중 5개가 본래 하나의 파일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또, 문서 작성 시점인 6월 24일 오전 9시 20분도 전문가협의체에서 문승일 교수가 집필위원으로 선정된 25일 이전이다. 이 또한 문서를 통째로 대필했거나 베껴쓰기했을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작성시점이 2012년 10월로 돼 있는 지중화 관련 파일이 포함된 점도 지적했다.


이 뿐만 아니다. 이들은 "한전은 밀양구간 지중화 불가 논리를 만들기 위해 공법 선택과 공사 기간 산정, 경과지 선정에 있어서 가능한 최대의 비용, 최대의 시간, 최악의 조건을 의도적으로 조성했고, 이를 통한 밀양구간 지중화 비용은 2조7천억 원, 기간은 14년 6개월로 산정했다"며 "지반공학 전문가로 위원에 선임된 장연수 교수는 독자적인 검증작업보다는 한전 측 논리를 베껴 추인하는 행태를 보였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자신들도 부정할 수 없을 명백한 증거"라며 "이들은 전문가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양심과 신의, 그리고 윤리를 배신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문가협의체는 그동안 한전 쪽의 자료 비협조, 한전 추천위원들의 불성실한 태도, 여야합의로 임명했다는 위원장의 편파적인 회의진행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이번에 드러난 표절, 베끼기, 대필의혹 보고서로 인해 협의체는 그 역할을 다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 한전 측 위원 사퇴와 공론화 기구 구성 촉구

이에 따라 야당과 반대대책위 추천 위원들은 한국전력 추천 위원 3인 즉각 사퇴와 송전선로 갈등 해결을 위한 사회적 공론화 기구 구성을 국회에 촉구했다.

이들은 "전문가협의체를 통해 우리가 뼈저리게 얻은 것은 한국전력의 이해관계로부터 독립적인 전문가 집단이란 사실상 존재하기 어렵다는 것"이라며 "리는 공신력 있고 독립적인 해외 전문가 집단을 포함하여 주민, 정부, 한국전력,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사회적 공론화 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야당과 반대 대책위 측 추천위원들은 밀양 765㎸ 송전선로의 근거로 제시된 한전의 시뮬레이션이 엉터리이고 기존 송전선로를 통해서도 신고리 3·4호기에서 생산된 전기를 송전할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독자적으로 보고할 계획이다.

국회 산업위는 오는 11일쯤 상임위원회를 소집해 전문가협의체의 권고안을 보고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전문가협의체가 합의를 이루지 못해 통일된 결론 도출없이 보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의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공사를 재개하려는 한전 측과 밀양 송전탑 반대 주민대책위 측이 상황에 따라서는 또다시 극한 충돌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됐다.

하승수 위원은 "전문가협의체는 존재 의미를 상실했다. 국회가 제대로 된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공론화 기구를 설치해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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