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현금 쌓아두고 투자는 뒷전…경기회복 걸림돌

중과세 등을 통해 경제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 투자를 하지 않는다.

한국은행이 12월 결산 상장법인 1581개와 비상장 주요기업 186개를 상대로 올 1분기 경영상태를 분석한 결과 현금흐름보상비율이 55.4%로 나타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44.3%보다 11.1%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조사가 시작된 2010년 이후 1분기 수치로는 가장 높다.

현금흐름보상비율은 1년 안에 지출해야 할 원리금의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현금 자산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한국은행기업통계팀 박동화과장은 유입된 현금에 비해 기업들이 투자를 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기업 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따르면 국내 500대 기업 302개를 상대로 현금성 자산과 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현금성 자산은 196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8% 늘었다. 반면, 투자는 31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3%가 줄었다.

투자를 꺼리는 현상은 특히 10대 대기업이 심했다. 10대 그룹 계열 99개 회사의 1·4분기 말 현금성 자산은 147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10.9% 늘었다. 반면, 투자는 18조4000억원으로 10.7%나 축소됐다.


500대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의 75%를 10대 그룹 계열사들이 차지하고 있지만, 투자비중은 60%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투자를 꺼린 결과 1분기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9% 줄었다.

KTB투자증권 정성욱연구원은 “국.내외 경기가 호전되고 있다고 하지만 회복을 알리는 분명한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고, 극도로 움츠려 있는 소비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 투자를 꺼리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투자 여력이 소수 재벌기업에 집중된 것도 원인으로 지적된다. 10대 재벌기업이 우리 경제에 절대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위험부담이 없는 안전한 투자만 고집할 경우, 우리 경제 전체의 투자활성화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대기업 금고에서 잠자고 있는 대규모 사내 유보금을 강제로 끌어내 경제에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박승 전 한국은행총재는 대기업의 사내유보금을 우리나라 저성장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기업이 스스로 이를 활용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중과세 정책 등을 통해 소득 재분배나 공공투자 자금으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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