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무더위에도 사실상 에어컨을 틀수 없게 된건데 여기저기서 불만과 부작용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1일 중증 장애인 6명이 근무하고 있는 부산 모 구청 내 자활카페의 실내온도계는 28.5도를 가리켰다.
4평 남짓한 카페 안은 제빙기와 커피머신 등 각종 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로 후끈거렸지만, 더위에 취약한 이들 장애인 근로자에게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는 일은 꿈같은 일일뿐이었다.
정부가 올해부터 공공기관 실내온도를 지난해보다 2도 오른 28도를 유지하도록 방침을 정하는 바람에 에어컨을 가동시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 카페 매니저 김모 씨는 "엄격한 에너지 절감 정책에 장애인에 대한 배려는 찾을 수 없어 답답하다"며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도 덥다고 아우성이지만, 각종 열기구에 땀을 뻘뻘흘리며 일하는 종업원들을 보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다른 구청 자활카페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종업원도 "카페는 여름철이 특수지만 공공기관 내 카페는 오히려 이용자가 줄어드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공공기관 내 민간업체만이라도 실내온도를 25~26도로 낮춰주는 방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공무원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냉방 제한온도 28도를 지키려면 실제 실내온도는 29~30도를 넘기 일쑤다.
컴퓨터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기 탓에 불쾌지수는 높아지면서 까다로운 민원인이라도 만나면 친절하게 응대하기 힘들다.
모 구청 공무원은 "정부의 고강도 에너지 정책으로 행정 서비스 질이 나빠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웨딩업체와 식당 등 18개 민간업체에 임대를 내준 모 구청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최근 세입자들 사이에서 냉방온도 제한에 대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는 데다, 계약기간이 임박한 1개 업체는 아예 계약 갱신을 포기한채 사무실을 비우기로 했다.
사무실 임대수입으로 청사 관리비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는 구청 측은 이같은 사례가 늘지 않을지 잔뜩 긴장하고 있다.
벌써 몇 년째 되풀이 되는 전력난과 갈수록 강화되는 에너지 절약 강제의 원인은 정부의 전력수급계획 실패가 원인이지만 그 짐을 고스란히 져야 하는 건 애꿎은 공무원과 주민들인 만큼 불만의 목소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