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환은 21일 대구에서 열린 LG와 홈 경기에서 4-4로 맞선 연장 10회 등판해 ⅔이닝 동안 안타 2개와 볼넷 1개를 내주며 3실점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실점이자 최다 실점이다. 오승환은 지난 4월 14일 넥센전에서 9회 송지만에게 솔로 홈런을 내준 게 올 시즌 유일한 실점이었다. 두 달여 만에 점수를 내준 것이다.
하지만 접전 상황에서 실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승환이 홈런을 맞을 당시 삼성은 10점 차 이상 크게 앞서 컨디션 점검 차원에서 등판해 큰 의미는 없었다. 그러나 이번 오승환의 실점은 동점 상황에서 나왔고, 삼성은 결국 4-8로 졌다.
특히 삼성은 믿었던 마무리를 내고도 최근 상승세로 선두를 위협하고 있는 LG에 패배를 당해 더 뼈아팠다. 이날 승리로 LG는 넥센을 제치고 2위로 뛰어올랐고, 1위 삼성에도 2경기 차로 추격해왔다.
▲21일 LG전 불운에 실책으로 흔들
이날 오승환의 실점에는 운이 따르지 않으면서 흔들린 면이 적잖았다. 10회 1사 2루에서 나온 오승환은 이병규(9번)을 사실상 걸렀다. 최근 LG에서 가장 무서운 타자인 데다 1루를 채우면 병살타도 기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접전 상황에서는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후 대타 문선재에게 유도한 땅볼이 내야 안타로 둔갑했다. 오승환의 구위에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느려진 타구를 유격수 김상수가 달려나오며 잡아 송구하는 과정에서 2루심과 부딪힌 것. 결국 중심이 흐트진 김상수의 송구는 느렸고 문선재는 1루에서 살았다.
여기까지는 괜찮았다. 오승환은 1사 만루에서 이진영을 유격수 뜬공으로 잡아내 실점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후속 손주인의 땅볼 때 실책이 나오며 2실점하게 된 것. 1루수 이승엽이 공을 잡기 위해 몸을 던지면서 1루가 비워진 사이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오승환이 2루수 김태환의 송구를 받지 못했다. 김태완의 송구가 다소 옆으로 치우치긴 했지만 충분히 잡을 수 있던 상황이라 더 아쉬웠다. 오승환의 실책으로 기록된 이유다. 베이스 터치를 신경 쓰느라 마음이 급했다.
이후 2실점도 운이 없었다. 현재윤의 빗맞은 타구가 중견수 앞에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가 됐다. 오승환은 앞선 투수의 책임인 득점 주자 1명을 빼고 3실점을 기록했지만 자책점은 없었다.
▲'올해 무패, ERA 0.40' 최고 시즌 페이스
올해 오승환은 어느 때보다 신중하게 시즌을 치르고 있다. 올 시즌 뒤 해외 진출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단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까닭에 팀의 한국시리즈 3연패를 위해 더 힘을 내고 있다. 구단이 납득할 만한 공헌을 해주기 위해서다.
올 시즌 1승 14세이브 무패 행진에 평균자책점도 0.40에 불과하다. 올 시즌 22경기 22⅔이닝 동안 자책점은 1개뿐이었다.
최고 시즌이던 2011년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스다. 당시 오승환은 54경기 1승47세이브 평균자책점 0.63을 기록했다. 올해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어 세이브 숫자는 적지만 경기력은 뒤지지 않는다.
특히 올 시즌 '오승환 등판=승리'는 공식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4월 17일 SK전에서 블론세이브를 딱 1차례 기록했지만 이날도 팀은 승리했다. 21일 LG전은 사실상 오승환을 내고도 진 첫 경기인 셈이다.
오승환은 팽팽한 승부처에서도 거의 흔들림이 없어 별명이 '돌부처'다. 그러나 "내가 맞은 안타 하나도 이슈가 되는데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부담감을 토로하기도 한다.
사실 선동열, 구대성 등 역대급 마무리들도 전성기 패전이 따랐다. 선동열 KIA 감독은 현역 시절 평균자책점이 0.49로 가장 낮았던 1995년 5승 33세이브를 올렸지만 패전도 3번 있었다. 구대성 역시 3승 37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로 커리어 하이 시즌이던 2006년 4패를 안았다.
오승환의 부담감은 역설적으로 너무 잘 던져서 생긴 결과물이다. 아무리 돌부처, 언터처블이라고 하지만 오승환도 결국은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