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개헌 온도차…정치권 ''후끈'', 민심 ''냉랭''

집권 자민당 등 일본 정치권이 7월 참의원 선거후 개헌안 발의 요건을 완화하기 위한 헌법 96조 개정에 적극적인 것과 달리 민심은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사히신문은 2일 전국 일반인 2천194명을 상대로 우편 여론조사를 벌인 결과 54%가 헌법 96조 개정에 반대했다고 보도했다. 찬성한다는 응답은 38%에 불과했다.


''전쟁 포기,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 9조에 대해서도 "바꾸지 않는게 좋겠다"는 의견이 52%에 이른 반면, "바꾸는게 좋겠다"는 의견은 39%에 그쳤다.

다만 특정 조항을 거론하지 않은 채 개헌에 대한 의견을 묻자 "헌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쪽이 54%로, "바꿀 필요가 없다"는 의견(37%)보다 많았다.

7월 참의원 선거때 지지 정당으로 자민당을 고른 이가 49%, 일본유신회를 고른 이가 14%에 이르렀지만, 자민당 지지자 중 46%는 "9조를 바꾸지 않는게 좋겠다"고 답변했다. 자민당 지지자 중 "9조를 바꾸는 게 좋겠다"고 답변한 이는 45%였다.

참의원 투표시 중시하는 요인을 두가지 고르라는 문항에는 ''경기(景氣)·고용''(60%), ''사회보장''(42%), ''원전·에너지''(20%) 순이었고 ''헌법''은 8%로 최하위였다.

작가 아마미야 가린(雨宮處凜)씨는 "(일본인들이) ''전쟁''이나 ''군대''라는 말에 강한 혐오감을 느끼고 헌법 9조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한편, 최근 일본의 답답한 현실을 어떻게든 바꿔야 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유권자들이 96조나 9조 개헌에는 반대하면서도 경제 문제를 중시해서 자민당을 지지하는 구조"라고 풀이했다.

보수 성향의 산케이신문이 지난달 20, 21일에 벌인 여론조사에서도 "96조 개정에 반대한다"는 의견이 44.7%로 찬성(42.1%)보다 많았다.

산케이신문 조사에서도 개헌 자체에 대해서는 찬성(61.3%)이 반대(26.4%)보다 훨씬 많았다.

하지만 정치가들은 96조 개정으로 기울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미우리신문이 지난달 30일 중·참의원 의원 439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4%가 96조 개정에 찬성했다. 중의원 의원 중 83%, 참의원 의원 중 52%가 찬성했다.

자민당에서는 96%, 일본유신회에서는 98%, 다함께당에서는 96%가 찬성한 반면, 민주당 의원 중에서는 반대파가 62%로 찬성파(25%)를 웃돌았다.

일본의 현행 헌법상 개헌을 하려면 중·참의원 각각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국민투표에서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자민당은 개헌안 발의 요건을 중·참의원 과반수 찬성으로 바꾸는 96조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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