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제윤 금융위원장의 전방위 압박에 그동안 잘나갔던 MB맨들이 모두 손을 들었기 때문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포기 의사 표명으로 ''금융권 4대 천왕'' 시대가 마감되면서 금융기관 수장들의 ''도미노 퇴진''이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미리 물러난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을 제외한 모두가 신제윤 위원장취임 한 달 만에 일선에서 물러나거나 사임 의사를 내비쳤다.
신 위원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전문성을 강조하면서 "임기가 남았더라도 필요하면 금융기관 수장을 교체하겠다"고 압박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임기 1년을 앞두고 물러났다. 내년 3월까지 임기인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금융 당국의 압박에 버티다가 지난 14일 사의를 내비쳤다. 어윤대 회장은 오는 7월까지 임기만 채우고 연임하지 않겠다며 한발 물러섰다.
금융 당국 관계자도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맞지 않는 금융권 수장들은 물러나는 게 맞으며 어윤대 회장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채우고 나가는 게 모양새가 좋다"고 말했다.
이제 금융 당국의 칼날이 어디로 향할지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려 있다.
대형 금융지주사 수장을 물갈이했기 때문에 이제 표적은 나머지 금융 공기업과 금융 관련 협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들 기관에도 MB맨들로 볼 수 있는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 금융기관장은 아직 어떤 지침도 받지 못했다며 진퇴 여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행시 23회 출신으로 신 위원장보다 1년 선배여서 용퇴설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개인 평가와 실적이 좋아 영전 가능성도 있다.
조준희 기업은행장도 금융권 안팎의 평가가 좋기는 하지만 이번 물갈이 태풍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나 신동규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취임한 지 1년 정도여서 유임 가능성이 크지만 장담할 수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금융 공기업 수장들은 더욱 좌불안석이다.
새 정부의 국정 철학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공공기관장에 인선해야 한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다.
안택수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이 교체 대상 1순위로 꼽힌다. 안 이사장은 지난해 7월 임기 만료로 퇴임 기자회견까지 열었다가 신임 이사장 후보추천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 탓에 임기가 1년 연장됐기 때문이다.
내년 8월까지 임기인 김정국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내년 8월까지인 진영욱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교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 장영철 자산관리공사 사장, 서종대 주택금융공사 사장은 유임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문재우 손해보험협회장, 김규복 생명보험협회장도 민간 협회장이지만 금융 당국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므로 안심하기 어렵다. 여신금융협회장 자리는 이두형씨 임기가 마무리되면서 이미 공석이다.
박병원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새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국민행복기금 이사장을 맡아 중도 교체 가능성이 낮은 편이다.
한 금융 공기업 사장은 "서서히 목을 조여오는 듯한 기분이 든다"면서 "새 정부의 기조에 맞춰 정책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최소한 정해진 임기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