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17일 2차 정부 각료 후보자 명단에 미래창조과학부와 해양수산부 장관 내정자를 포함시켜 발표했다.
인사를 발표한 인수위는 "(정부조직법)개편안 통과가 늦어지고 있어 안정적 국정운영에 차질이 예상되고, 국민의 불안과 공직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어 부득이 장관 추가 인선 발표를 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당선인측은 법적근거가 전혀 없는 장관후보자까지 발표한 것과 관련해 정부조직법을 원안대로 밀어붙이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선 발표하는 것은 (정부조직법)원안을 유지하겠다는 뜻도 있다"고 말했다.
또 법 위반 논란을 염두에 두고 정부조직법 개정안 편제대로 미리 장관을 인선해 청문요청을 하고 실제 법 개정이 이뤄질 때 정부조직법 부칙에 ''바뀐 부분의 청문요청으로 본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박근혜 당선인 입장에서는 새정부의 조각 만큼 중요한 일도 없지만 안정적으로 정부를 출범시키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이 나라의 법질서 수호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원칙과 법치를 최고의 가치로 정치인생의 금과옥조 처럼 여기고 있다.
이 때문에 미래부와 해수부 장관후보자를 초법적으로 인선해 발표한 것을 두고 박근혜스럽지 않은 처사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민주당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17일 논평을 통해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경과조치에 따라 (인선안이)발표됐다 하더라도 어디까지나 입법 미완료 상태고 개정안 상태를 근거로 했다"며 "이는 국회 입법권을 무시한 처사"라고 지적했다.
윤 대변인은 "경과규정을 둔다 하더라도 미래창조부는 직제 자체가 없고 신설부서로 이름만 바꾸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경과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폈다.
전 정권의 사례를 봐도 법에 근거가 없는 장관후보자 인선은 문제가 있다. 이명박정부는 정부조직법 개정이 늦어지자 2008년 2월 18일 조각인선명단을 발표하면서 통일부 폐지 등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한 2개 부처 장관후보자를 국무위원 후보자로 발표했었다. 법위반 논란, 야당과의 마찰을 피하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인선발표에도 성의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당선인은 지난달 말 김용준 총리후보자를 지명할 때는 직접 발표하며 격식을 갖췄지만 이후 정홍원 후보자와 각료명단 발표는 인수위에 맡겼다. 이를두고 일각에서는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소리도 나왔다.
초법적 인선, 야당에 대한 형식적 인사통보, 원안고수 언급 등을 두고 박근혜 당선인이 인수위 초기 보여준 불통에 더해 원칙과 법치를 무시하는 일방통행식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