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당선인은 전날 새누리당 강원지역 의원들에 이어 31일 경남지역 의원들과의 오찬에서도 인사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검증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오찬에 참석했던 경남지역의 한 의원은 박 당선인이 "인사청문회를 신상털기, 막무가내 식으로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후보자를 언론에 흘렸을 때 (그 후보가) 신상털기로 몰매를 맞고서도 되면 다행이지만 아니면 손해 아니냐"는 의원들의 말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박 당선인은 특히 "청와대 검증이나 사전검증도 본인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확정도 안된 사람에게도 동의를 받는 게 어려움이 있다", "후보자가 사전에 공개되면 확정도 안된 사람에게 상처가 남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이 먼저 검증에 나서고 이를 토대로 국회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세밀하게 검증하는 현재의 검증관행을 개인신상에 대한 검증은 철저히 비공개로 진행하는 미국식으로 바꿀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는 "상대방의 인격을 최소한이라도 존중하면서, 확실한 근거가 있는 기사로 비판하는 풍토가 조성되어 인사청문회가 원래의 입법취지대로 운영되기를 소망한다"는 김 전 후보자의 후보사퇴의 변과 맥이 닿는다.
그러나 박 당선인의 이런 인식은 기본적인 검증조차 없이 발표한 ''나홀로 인사'' 실패에 대한 반성없는 책임 떠넘기기이자 자신의 인사스타일을 고집하겠다는 고집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박 당선인이 선호하는 미국의 검증시스템은 우리보다 훨씬 더 엄격하다.
청문회에 앞서 사전에 철저한 인사 검증 시스템을 통해 부적격자를 걸려낸다. 여기에는 백악관과 연방수사국(FBI), 국세청 등이 총동원된다. 이후 서면조사와 청문회를 병행하는데, 청문회는 횟수에 제한 없이 이루어질 수 있다.
미국 정치를 잘 아는 한 언론인은 "조그마한 탈세가 드러나도 영원히 공직에서 추방되는 미국에서는 국세청이 공직 후보자들의 탈세 여부를 정밀하게 조사하고, 후보자들의 과거 언행이나 로비스트들과의 유착 여부를 언론이 샅샅이 검증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10여년의 청문회 역사속에서 청와대 검증팀과 경찰 · 국정원 · 국세청 등의 협조를 받아 충분히 사전 검증하는 체계가 갖춰져 있고, 실제로 그렇게 해 왔다.
사정이 이럼에도 박 당선인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중에 심각한 인사홍역을 거쳐서 마련한 ''자기검증'' 절차를 활용하지도 않았다.
또 불법이 아닌 이상 도울 준비가 돼 있는 정부 기관들을 아직 대통령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껴둔 채 총리 후보자를 지명했다가 사단이 났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식 인사검증제도가 사생활을 완벽히 보호하는 것도 아니다. 사전검증과 청문회 과정에서 개인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은 미국이건 우리나라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사회지도층이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기보다 온갖 편법과 탈법으로 돈과 권력을 축적해 온 경우가 많아 이들을 걸러내기 위해서는 언론의 검증이 필수적이다.
사정기관의 한 관계자는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등은 이제 용인할 수준에 와 있지만 문제는 ''비리백화점'' 인사들에서 나타난다"며 "이런 인사들을 사전에 걸러내는 게 검증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