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당선 뒤 한달 열흘 남짓한 시간동안 정부 조직 개편과 이동흡 헌법재판소 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무산 등 크고 작은 일들이 있었지만 이 날 만큼 드라마틱한 날은 없었다.
이날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예정대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에 대한 특별사면을 강행하자 박 당선인은 작정한듯 날을 세웠다.
우선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이 마이크를 잡고 "이번 특별 사면 조치는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모든 책임은 이명박 대통령이 져야 할 것"이라는 박 당선인의 입장을 전달했다.
윤 대변인 떠난 뒤 30분만에 이번에는 조윤선 당선인 대변인이 기자회견장을 찾아 특별사면에 부정부패자와 비리사범이 포함된 데 대한 박 당선인은 우려를 또 전했다.
오후들어서는 박 당선인이 직접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단어로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박 당선인은 인수위 법질서사회안전분과위원회 국정과제 토론회에서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법과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며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이번에는 확실하게 바로잡자"고 말했다.
국민들이 법 적용이 불공정하다고 느끼거나 억울하게 나만 당한다는 생각이 들어서는 안된다는 메시지였다.
현안에 대한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박 당선인의 평소 스타일을 고려했을 때 이같은 입장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지만 여론을 무시한 권력 남용적 사면에 반대하는 차기 대통령의 단호한 이미지를 국민들에게 각인시켰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이날 저녁 7시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 사퇴가 발표되면서 상황은 역전되고 말았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새정부 출범전에 총리 지명자가 중도하차했다.
아들 병역 논란에, 땅 투기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김 후보자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두 손을 들자 모든 비판이 박 당선인에게 집중되고 있다. ''불통'', ''깜깜이'' 인사방식에 근본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박 당선인으로서는 국민들이 박수치는 일이 무엇인지, 국민과 소통하지 않은 인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깨달을 수 있는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