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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 유적지가 있는 멕시코와 우리나라의 시차(우리가 15시간 빠르다)를 감안하면 마야의 지구멸망일로 알려진 12월 21일까지 하루도 채 남겨두지 않았다.
지난 수세기 동안 수많은 지구 종말일이 결국 가짜로 판명됐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 순간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이 어리석게도 마야의 종말일을 신봉하고 있다. 이날은 일 년 중 해가 가장 짧은 동지일과도 공교롭게 겹쳐있는 것도 사람들의 상상력을 더욱 자극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은 NASA(미항공우주국)가 공식적으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표명했으나 종말일에 대한 공포는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또 프랑스에서는 사고를 우려해 21일 부가라크 마을의 피크 드 부가라크 산에 대한 출입을 봉쇄하는 등 전 세계적으로 마야 종말일은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부가라크 산은 신봉자들 사이에 지구상의 몇 안 되는 피난 성소로 전해지는 지역이며, 프랑스 당국은 몰려드는 인파로 발생할 수 있는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아예 출입을 봉쇄했다.
마야 종말론 루머는 양력 12월 21일이 마야인들의 시간계산법인 장주기력의 13번째 박턴(1b''ak''tun은 394.26년이며 13주기는 14만4,000일)의 마지막 날과 일치하는데서 기인한다. 장주기력은 마야인들이 사용한 3가지 달력 가운데 하나로 창조의 주기를 의미하며 13번째 박턴은 고대 마야인들에게 창조 주기의 완성을 뜻한다.
그러나 이날이 지구의 종말이란 언급은 어디에도 없다. 우리가 2012년이 끝나면 2013년 달력을 사용하는 것처럼 13번째 박턴이 끝난다는 것은 마야인들에게 새로운 달력을 사용한다는 의미일 뿐이다. 실제로, 마야인들은 박턴보다 훨씬 더 큰 주기의 수백만 년에 이르는 시간 계산 단위를 사용했다.
마야달력과 관련된 종말론 루머는 서구인들이 마야 달력의 숫자를 해독하면서 시작됐다. 관련된 이런 저런 이론들이 온라인을 통해 부풀려지면서 마야의 종말론은 역사상 가장 민중과 밀착된 종말예언의 하나로 간주되며 설득력을 높여간 것.
종말 루머는 전 세계로 확산돼 21일이 가까워지면서 전 세계가 마야 문명을 주목케 하고 있다. 마야 문명을 연구하는 미국 스테트슨 대학 로버트 시틀러 교수는 이 달력은 1천 년 전에 이미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에 정작 고대 마야인들은 이 달력에 주목한 사람이 없었다며 전문가들은 박턴의 마지막 날을 종말이 아니라 새로운 주기의 시작으로 해석한다고 설명했다.
12월 21일 마야종말론 루머의 대부분은 지구와 운석의 충돌 또는 지구와 떠돌이 행성 간의 충돌처럼 천문학 이론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혀 근거가 없는 루머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확산되다 보니 NASA까지 공식 해명을 내놓고, 웹사이트에 특별 페이지를 만들어 루머 진화에 나서고 있다.
널리 퍼져있는 루머 중에는 지구의 자극이 갑자기 변해 지구 생명체를 멸망시키거나 석기시대로 되돌려 놓는다는 주장이 있다. 북극과 남극의 자극은 실제로 서서히 변화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매우 서서히 변한다는 점이다. 수천 년에 걸쳐 일어나는 과정이고, 과거에도 여러 번 발생했지만 생명체에 혼란을 일으킨 적은 없었다.
또 다른 이론은 떠돌이 운석인 ''행성 X'' 또는 ''니비루''가 태양계 밖에서 갑자기 태양계로 급강하해서 지구와 충돌한다는 주장이다. 다행히 행성X는 존재하지도 않는 것이고, 설령 어떤 외계 물체가 내일 지구와 충돌한다면 이미 지금쯤은 눈에 보여야 한다.
마야 종말론은 중앙아메리카에서 발견된 고대 마야 왕조 시대의 문건 2개에서 유래한다. 한 가지는 669년경 건설된 멕시코 토르투게로 마야 유적지에 새겨진 달력이다. 석비에 새겨진 이 달력에는 2012년 12월 21일 박턴 주기의 변화와 연관된 신이 온다고 언급돼 있다.
또 올해 과테말라에서 발굴된 문건에는 스스로를 13 카툰 왕(13 k''atun lord)이라고 부르는 투쟁의 왕에 대한 기록이다. 이는 자신을 2012년 12월 21일, 13번째 박턴 주기와 연결시켜 미래의 왕이 되려는 기원으로 보인다.
두 개의 문건 어디에도 종말에 대한 언급은 없다. 그러나 마야 종말론을 믿는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종말신화를 마야의 유물과 결합해 세계의 각종 재앙이나 자연 현상을 마치 종말의 전조인 것처럼 믿고 있다. 특히 성경의 요한계시록을 마야 종말론으로 연결하는 경향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