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춘 사건 반복 없도록"…위급할 땐 경찰이 가택 긴급출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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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가택출입지침 전국 하달…인권침해 우려, 경찰 "피해자 보호조치로 봐 달라"

 

올해 4월1일 밤 10시32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어느 집 앞. 오원춘(42)이 여성 A(28)씨를 갑자기 덮쳐 집으로 끌고 들어갔다.

밤 10시50분, 납치 18분 뒤인 기지를 발휘한 A씨가 문을 잠근 뒤 가까스로 경찰 112신고센터에 신고하는데 성공했다. 00놀이터 인근으로 범행현장이 압축됐다.

밤 10시54분, 신고한 지 4분만에 순찰차 5대와 형사기동대 1개 팀 등 모두 16명이 최초 수색활동에 나섰다.

순찰차는 무심히 오원춘의 집 앞을 지나쳐갔다. 이웃들이 부부싸움으로 들리는 소리를 듣기도 했지만 경찰은 밤 시간 가택수색을 주저했다. 결국 다음날 A씨는 오원춘의 손에 무참히 살해당해 시신마저 훼손당했다.

미국의 여성 프로파일러 팻 브라운은 이후 한 언론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말했다. "나라면 사이렌을 크게 울리고 주변 가택수색부터 샅샅이 했을 것이다. 주민 불편도 있지만 (112 신고 상황이라면) 피해자 생명을 구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 "중대한 위해 112신고 땐 긴급출입"…전국 경찰에 지침하달

뼈 아픈 실책을 겪은 경찰은 지난 12일 ''위급상황시 가택 출입확인 등 경찰활동 지침''을 전국 일선 경찰서에 하달했다. 또 다시 머뭇거리다 피해자가 생명을 잃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경찰관직무집행법 7조에는 위급상황일 때 "출입할 수 있다"고만 규정하고 있다. 경찰청은 당초 "출입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출입해 조사할 수 있다"고 개정하려 했다.

가정폭력방지법에는 경찰관이 가정폭력범죄 신고를 받았을 경우 피해자 보호를 위해 "출입해 조사할 수 있다"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경찰은 이를 살인과 강도 등 중요범죄에도 적용하려 했으나, 법무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경찰청은 법 개정이 막히자, 경찰관직무집행법 7조를 적극적으로 해석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가택에 긴급 출입할 수 있는 명확한 범위와 한계를 설정해 문제의 소지를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지침은 먼저 가택에 출입할 경우,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살인과 강도, 강간 등 형벌이 무거울 경우, ▲무기소지 가능성이 있는 경우, ▲신속하게 출입하지 않으면 요구조자가 위해를 피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경우, ▲긴급출입 장소에 용의자가 존재한다고 믿을 수 있는 강한 근거가 있는 경우 등에는 긴급출입을 할 수 있다.

경찰은 또 오원춘 사건처럼 인명과 신체에 대한 중대한 위해를 가하고 있다는 112 신고가 접수된 경우는 명백한 허위신고가 아닌 이상 구체적 개연성이 있다고 보고 긴급출입이 가능하다고 봤다.

◈ ''지나친 주거권 침해'' vs ''피해자 보호차원''…논란 여전

이처럼 긴급 출입을 위한 구체적 개연성이 있는 경우는 다시 위험발생 장소가 ▲개별가택으로 특정된 경우, ▲협소한 범위로 한정된 경우, ▲장소가 광범하게 추정되는 경우 3가지 상황으로 나눠진다. 각 상황에 따라 상세한 절차가 설명돼 있다.

또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가급적 상황설명과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통해 자발적인 협조를 유도해야 한다. 또 강제출입을 할 때는 가급적 지자체 공무원이나 통반장, 이웃주민, 자율방범대 등이 입회하도록 했다. 경찰권 남용 시비를 최소화하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헌법에 규정된 주거의 자유를 법률이 아닌 지침으로 제한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권단체들은 실제 지침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경찰권의 남용과 개인의 사생활 침해 등이 우려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기존 경찰관직무집행법에 있는 출입규정을 보다 명확히 하기 위한 지침일 뿐이며, 행정법과 형사법 학계의 의견과 정부법무공단 등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경찰관의 자의적인 공권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가택출입 절차와 범위, 한계를 명확히 한 것"이라며 "인권침해 차원이 아니라, 피해자를 위급한 상황에서 구하기 위한 경찰의 노력으로 봐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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