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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검사의 금품 비리 의혹이라는 한 사건을 놓고 기존에 사건을 수사해 온 경찰과 뒤늦게 뛰어든 특임검사가 극한 수사 경쟁을 벌이던 초유의 상황이 해소될 기미를 보이고 있다.
국무총리의 불호령에 검찰은 경찰에 수사협의체 구성을 제의했고, 결국은 경찰이 사건에서 한 발 빼는 것으로 결론이 나는 모양새다.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13일 기자들과의 비공식 간담회에서 "이중수사 논란을 피하기 위해 특임검사가 수사하지 않는 새로운 비리의혹을 수사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특임검사팀에서 수사 중인 의혹에 대해서는 참고인들이 경찰 소환을 거부할 경우, 무리하게 불러서 조사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경찰 측의 발언은 결국 김광준 검사가 받고 있는 주요 비리 의혹에 대해서는 특임검사에 사건을 일임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따라 김 검사가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의 측근과 유진그룹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은 의혹, 검찰 수사 중이던 모 통신업체 임원과 공짜 해외여행을 다녀온 의혹, 그리고 후배 검사들과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거래를 한 의혹 등은 모두 특임검사가 밝혀야 할 몫으로 넘어갔다.
현실적으로도 김 검사가 이날 특임검사팀에 소환되고, 검찰 조사를 받은 주요 참고인들도 경찰 출석을 기피하고 있어, 경찰이 수사에 쓸 수 있는 카드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 카드 뺏긴 경찰, "특임검사와 안 겹치도록 수사 계속"경찰은 대신 특임검사가 모르는 비리 의혹에 대해 수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이다. 경찰청 수사국 관계자는 "김 검사에 대해 몇 가지 추가 비리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사건이 특임검사에게 선점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사 중인 내용이나 소환이 예정된 주요 피의자나 참고인에 대해서는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이 앞서 특임검사를 부정하며, 독자 수사의지를 천명하던 때보다는 그 기세가 크게 꺾인 모습이다.
이날 오전 검찰이 이 문제와 관련해 검-경 수사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자며 경찰에 먼저 제안한 점도 이채롭다. 경찰도 ''논의는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혀, 조만간 협의체가 열릴 예정이다.
한편, 이날 오전 김황식 국무총리는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계속되는 검-경의 수사갈등으로 국민 우려가 높아지면, 정부차원에서 특단의 조치를 취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총리실에서 검-경 갈등에 대한 조정에 들어가면서, 결국 경찰이 한발 물러서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은 비리의혹을 받고 있는 검사의 차명계좌와 함께 구체적인 정황을 확보하고도, 결국 검사를 직접 소환해 조사하려던 계획을 사실상 접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 검사의 비리 의혹 수사에 몇 개월을 공들인 경찰이 출범 닷새 째인 특임검사에게 결국 사건을 가로채기 당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경찰은 다시한번 검찰의 막강한 수사권한을 뼈저리게 체험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