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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억 횡령 공무원의 핑계 "아내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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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횡령 사건 브리핑하는 순천지청 이종환 형사 1부장 검사

 

76억 원의 공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여수시청 공무원의 범행 동기는 아내의 사채놀이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방검찰청 순천지청은 29일 수십억 원의 공금을 가로챈 혐의로 여수시 회계과 기능직 8급 공무원 김 모(46) 씨를 구속 기소하고, 아내 김 모(40) 씨도 구속했다.

김 씨는 지난 2009년 7월 9일부터 지난달 24일까지 약 3년 3개월 동안 회계과에서 근무하면서 상품권 회수대금 허위지급과 원천징수세액 부풀리기, 급여 부풀리기 등의 수법으로 모두 76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 범행동기

검찰은 29일 순천지청에서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을 통해 김 씨의 이번 범행 동기가 아내의 사채놀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아내 김 씨는 지난 2007년 사채를 빌려 그 자금을 지인들을 상대로 사채놀이를 했다. 하지만 채무자가 달아나는 등 채권 회수가 부진해 자신이 빌린 사채 8억 원을 갚지 못하게 된다.

그 이후에도 고리 사채가 눈덩이처럼 불어 2009년 7월쯤에는 수십억 원에 이른다.

아내 김 씨는 채권자들로부터 변제 독촉을 지속적으로 받고 아들의 물건을 부수는 등 이상 행동을 보여 정신과 치료를 받기도 한다. 심지어 빙의 증상까지 겪게 됐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남편 김 씨는 아내가 이처럼 사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던 차에 아내가 돈을 구해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해 공금에 손을 대게 됐다고 진술했다.

◈ 범행 방법

김 씨는 내부의 관리감독이 부실한 점을 이용했다. 관련 문서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작성해 이후 결재자의 결재를 손쉽게 받을 수 있는데다 시금고 담당자로부터도 특별한 이의를 받지 않게 되자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거액의 공금을 가로챘다.

시금고인 농협 담당자는 초기에 특정인 명의의 차명 계좌에 거액이 소득세 과오납금 환급 명목으로 지급되는 것을 이상히 여겨 김 씨에게 문의했으나, 김 씨는 해당 계좌는 환급 계좌로 다시 여러명의 환급 대상자에게 분배할 것이라고 거짓말해 이를 무마했다. 이후 시금고 담당자로부터 어떤 이의 제기도 받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 제 1 유형: 상품권 회수 대금 허위 지급

여수시장 명의 ''상품권 회수대금 지급요청'' 공문을 위조하고,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해 상급자를 속여 결재를 받은 뒤 결재서류를 시금고에 제출해 차명계좌로 상품권 회수대금을 송금받았다.

정상적인 업무처리 절차는 지역경제과에서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상품권 회수대금 지급 요청 전자 공문을 회계과 세입세충 외 현금 담당자인 김 씨에게 발송한다.

그러나 김 씨는 지출결의서 작성이나 공문 발송이 없는데도 ''상품권 회수대금 지급 요청'' 공문을 위조해 지출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한다.

이후 위조된 공문을 첨부해 상급자의 결재를 받고 시금고에 지급 명령을 통해 차명계좌로 입금한다.

원래대로라면 지출결의서의 발의란과 주관과란에 지역경제과 담당자의 날인이 있어야 하나, 김 씨는 본인의 날인을 해 결재를 받았다. 결재자가 이를 꼼꼼히 살폈으면 발견할 수 있었다는 대목이다.

또 시금고가 상품권 회수대금을 지급한 뒤 그 결과를 회계과에만 통보해 주무부서인 지역경제과에도 통보했으면 발견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제시한 사례는 이렇다. 김 씨는 2011년 7월 8일 상품권 294장에 대한 회수대금 7,321,050원의 지급을 요청하는 공문을 위조하고, 같은 금액에 대한 ''지출결의서'' 등을 허위로 작성한다.

위조 공문의 ''첨부서류''에는 대금지급처로 차명 계좌 윤 모 씨 등 3명의 계좌번호를 기재한다. 상급자인 회계팀장과 회계과장을 차례로 속여 결재를 받은 뒤 시금고인 농협에 지급을 요청한다. 시금고는 7,321,050 원을 차명계좌 윤 모 씨 등 3명의 계좌로 송금한다.

김 씨는 이같은 상품권 회수대금 수법을 통해 28억 8천 7백여만 원을 가로챘다.

▶ 제 2 유형: 원천징수세액 부풀리기

실제 납부세액보다 부풀린 금액으로 납부고지서와 지출 결의서를 허위로 작성해 상급자를 속여 결재를 받은 뒤 실제 납부고지서로 교체하고, 또 부풀린 금액을 과오납금이라며 차명계좌로 지급요청하는 서류를 첨부해 시금고에 제출해 차명계좌로 부풀린 금액을 송금받았다. 세무서에 납부할 세액은 모두 정상 납부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제시한 사례는 이렇다. 김 씨가 2010년 9월 10일 ''2010년 8월분 소득세''로 52,686,750원을 납부하겠다는 내용의 지출결의서를 작성하고 해당 금액의 ''납부고지서''를 첨부해 상급자의 결재를 받는다.

이후 이 납부고지서는 폐기하고, 1,539,730원의 납부고지서를 새롭게 작성하고, 차명계좌 박 모 씨 명의로 51,147,020원을 환급한다는 ''소득세 과오납금 환급 내역''을 첨부한다. 교체한 납부고지서와 허위 첨부서류를 시금고에 제출해 박 모 씨의 명의 차명 계좌로 51,147,020원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이처럼 범행이 가능했던 원인은 "여수청과 시금고 사이에 전산이 연계되지 않아 결재 후 허위의 서류로 바꿔치기를 해 종이문서로 시금고에 지급명령을 함으로써 공금을 가로챌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김 씨는 이같은 방식으로 소득세와 주민세 6억 6천 5백여만 원을 횡령했다.

▶ 제 3유형: 급여 부풀리기

급여 관리프로그램에 접속해 자신의 급여와 공재액을 실제보다 부풀려 ''급여 총괄표''와 ''지출결의서''를 작성해 상급자를 속여 결제를 받았다. 부풀린 금액을 차명계좌로 지급 요청하는 허위 서류를 첨부해 시금고에 제출해 차명 계좌로 부풀린 금액을 송금받았다.

검찰은 그러나 퇴직이나 전출직원 급여 명목으로 횡령한 것은 아니며, 차명계좌 중에 퇴직이나 전출 직원 명의의 계좌는 확인된 바 없다며 일각의 의혹을 일축했다.

검찰이 제시한 사례는 이렇다. 김 씨는 2011년 6월 16일 급여 관리프로그램상 2011년 6월 직원 급여를 산정하면서 자신의 급여에 248,223,610원을 입력해 급여 총액을 증액시켜 급여 총괄표를 출력한다.

증액된 금액을 삭제한 정상 급여가 표시된 개인별 급여 내역서를 첨부해 상급자의 결재를 받는다. 결재 뒤 차명 계좌 표 모 씨 등 2명에게 248,223,610원의 소득세와 주민를 환급한다는 내용의 급여 공제 내역서를 허위 작성해 첨부한다. 시금고에 위 서류를 전달해 표 모 씨 등 2명에게 부풀린 248,223,610 원을 송금하게 한다.

이처럼 범행이 가능했던 원인은 급여와 지출 업무를 모두 김 씨가 담당하는 관계로 급여를 부풀려 지출 결의서에 결재를 받은 뒤 임의로 급여 공제내역서를 허위로 작성해 시금고에 제출할 수 있었다.

이런 방식으로 김 씨는 급여 40억 4천여 억원을 가로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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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횡령금 사용처

현재까지 자금 추적 결과 전체 횡령액 76억 원 가운데 64억 원은 11개 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가 32억 원은 친인척의 부동산 구입과 생활비 등(15억 원), 채무변제 17억 원으로 사용됐다. 이 가운데 나머지 31억 원도 김 씨와 아내의 채무변제를 위해 사용됐다.

특히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과 베라크루즈 등 차량 3대의 구입자금으로 약 4억 9천만 원이 지급됐다고 확인했다. 차명계좌로 흘러들어간 돈 이외 7억 4천만 원은 대출금 상환으로, 3억 9천만 원은 지인의 차명계좌 2개로 유입됐다.

검찰은 하지만 이 가운데 10억 원 상당은 정확한 사용처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며 은닉 가능성이 있어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횡령금을 환수할 수 있는가?

겸찰은 자금 추적 결과 김 씨와 아내 명의, 차명계좌에 잔고가 거의 없다고 밝혔다. 또 김 씨 소유의 아파트 1채와 횡령금이 유입된 친인척 명의의 부동산에 대해 여수시청에 통보해 가압류를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관련법에 따라 여수시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만큼 은닉 재산을 찾을 경우 여수시가 환수할 수 있지만, 국고로는 몰수할 수 없다고 밝혔다.

◈ 공범은 있나?

검찰은 현재까지 김 씨 이외에도 김 씨의 상급자와 시금고 등 관련자를 소환조사하고, 160여개 관련계좌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는 한편 김 씨의 주거지와 사무실 등 9곳을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씨의 휴대폰 등 관련 자료를 심층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그러나 현재까지 김 씨와 아내의 단독 범행으로 파악될 뿐 추가 공범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추가 횡령 가능성은?

검찰이 이번에 밝힌 김 씨의 범행 기간은 회계과로 전입한 지난 2009년 7월 1일부터 최근까지다. 김 씨는 전입한 지 불과 일주일만에 범행을 시작했다.

김 씨는 그러나 지난 2002년 9월부터 2006년 9월까지 같은 업무를 한 적이 있어 추가 횡령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그러나 2002년 당시 근무 자료는 행정 기관의 보존 기간이 지나 자료가 많지 않다며 수사에 한계가 있음을 내비쳤다.

◈ 향후 수사계획은?

검찰은 횡령 자금이 유입된 관련자를 상대로 수령경위와 사용처, 범행 가담여부 등을 수사하는 한편 횡령금의 사용처를 추적하는 등 범죄수익 환수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전했다.

또 이번 사건 수사로 밝혀진 제도상의 문제점을 지자체에 알려주고, 자체적으로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해 제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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