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연남에게 불륜 관계를 폭로하겠다고 협박해 3년 동안 5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내고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게 만든 30대 여성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지난 2007년 7월 김 모(31,여)씨는 인터넷 애인대행 사이트에서 은행 직원인 A(47)씨를 만나 부적절한 관계를 맺게 된다.
그러나 김 씨는 1년 뒤, 돌변하기 시작했다. A씨에게 "가족들이 우리 관계를 알게 돼 가출했다"며 모텔비와 생활비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
김씨는 한국에 있으면서도 발신자 표시제한 전화로 일본에 있는 것처럼 가장해 병원비, 생활비 등을 달라고 하는 등 구체적인 정황들을 꾸며내면서 돈을 요구했다.
A씨가 돈을 보내줄 때까지 수십차례씩 독촉 문자를 보내는 것은 물론, 휴대전화나 A씨의 직장으로 전화를 집요하게 걸어 대기도 했다.
김씨는 하루에 30건 이상씩 문자를 보내는 등 모두 천4백여건의 협박성 문자메시지를 A씨에게 보내 돈을 달라고 강요했다.
아내와 두 자녀가 있는 A씨는 김씨와의 관계가 가족과 직장에 알려질 것을 두려워해 이를 막기 위해 돈을 줄 수 밖에 없었다.
A씨는 돈이 부족해지자 대출까지 받게 된다. 자신 소유 아파트를 담보로 1억 6천여만 원을 금융기관에서 빌렸다.
이마저 바닥나자 저축은행, 신용카드 각종 현금서비스와 금리가 최고 연 39%에 이르는 고액 대출까지 받다가 파산 상태에 이르렀다.
결국 빚을 감당할 수 없게 된 A씨는 지난해 11월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씨는 유서에 "피고인과의 관계가 알려지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피고인의 요구대로 돈을 줄 수 밖에 없었다. 결국 가정도 직장도 지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러 죽음을 선택할 수 밖에 없다"고 썼다.
그 후 김씨는 A씨에 대한 협박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서 공갈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게 된다.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A씨를 협박해 돈을 받은 것이 아니라, 내연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그냥 돈을 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유서 내용과 복원된 문자메시지 내용 등을 근거로 김씨의 주장대로, 사랑했거나 호의로 돈을 주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인 창원지법 제4형사부(권순호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부적절한 관계를 빌미로 돈을 요구해 평범한 은행원인 피해자에게 3년에 걸쳐 5억원이 넘는 거액을 갈취했고, 그로 인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 가족을 남겨두고 자살을 선택하기에 이르렀기 때문에 결과가 너무 무겁다"고 밝혔다.
다만 "A씨의 경제적 상황을 구체적으로 알지 못했고, 별다른 전과가 없는 점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