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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박근혜 대선 후보가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전태일 재단 방문이 28일 유족들과 해고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로 무산되면서 박 후보의 ''과거사 화해'' 행보에 진정성이 더 실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5.16과 유신시대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와 재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박 후보가 대선 화두로 내건 ''국민대통합'' 행보는 이날 주춤했다. 박 후보는 서울 종로에 위치한 전태일 재단을 찾았지만 유족들과 쌍용차 해고 노조원 20여 명이 가는 길목을 막아 발길을 돌려야 했다.
박 후보는 곧바로 전태일 열사의 동상이 위치한 청계천가 전태일 다리로 이동했지만 역시 같은 이유로 헌화조차 못했다. 박 후보를 안내한 국민희망포럼 김준용 노동위 위원장이 노조원 들에게 멱살을 잡히고, 노조원들은 또 박 후보의 경호원들로부터 멱살을 잡히는 등 볼썽 사나운 장면만 연출됐다.
심지어 주위에 있던 시민들까지 "박 후보가 무슨 죄냐", "박 후보는 그동안 뭘 했냐"며 편을 갈라 싸움에 끼어들었다.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화해, 협력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박 후보의 목소리는 아수라장 속에 묻혀 버렸다.
박 후보가 아버지인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이끌었던 산업화 시절, 소외됐던 노동자들의 상징인 전태일 재단을 찾은 것은 보수 정당 대표로서 이례적인 일이다. 그럼에도 이처럼 강한 반발에 직면한 것은 "진정성이 없다(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태삼씨)"고 인식되기 때문이다.
전태삼 씨는 성명을 통해 "이 나라에서 시급한 것은 국민이 이해할 수 있도록 쌍용자동차 22명의 노동자들의 죽음이 있는 대한문 분향소부터 방문하는 것"이라며 "전태일 정신이 없이 전태일 재단에 오는 것은 그 자체가 무의미한 것이 아니냐"고 말했다.
박 후보가 새누리당사 앞에서 20일 넘게 대책을 요구하는 쌍용차 해고 노조원들의 요구엔 묵묵부답이면서 전태일 재단을 방문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YouTube 영상보기] [무료 구독하기] [nocutV 바로가기] [Podcast 다운로드]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트위터에 박 후보의 전태일 재단 방문에 대해 "쌍용차는 ''현재''에 수행해야 할 책임을 의미하는 반면 전태일 재단은 ''과거''를 면피할 소재라고 보기 때문"이라며 "노동자의 고통까지 정치수단화 한다는 점에서 대단히 비윤리적"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은 특히 전태일의 ''친구''라면서 박 후보의 안내를 맡은 김준용 위원장이 박 후보 지지모임인 국민희망포럼 소속이고 새누리당에 19대 비례대표 신청까지 냈다는 사실 때문에 진정성 논란이 더 커졌다. 김 위원장은 전태일 열사의 유족 측으로부터 "네가 무슨 자격으로 전태일을 팔아서 새누리당에 줄을 서느냐"는 험한 소리를 들어야 했다.
이에 대해 박 후보 측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까지 비판을 하니 할 말이 없다"며 조만간 박 후보의 진정성이 평가받는 때가 올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상일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박 후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이 아무리 방해를 하고 장막을 친다 해도 국민을 통합하겠다는 박 후보의 행보를 막지 못할 것"이라며 "국민을 분열시켜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갈등을 조장하는 세력을 반드시 물리치고 국민통합의 ''100% 대한민국''을 건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관련해 박 후보 캠프 내에서는 인혁당 피해자 유족들과도 만나야 한다는 주문도 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앞서 5.16과 10월 유신에 대한 재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쇄신특별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한 이상돈 교수는 최근 인터뷰에서 5.16 쿠데타와 유신 등에 대해 "5.16 후에 2년만에 헌법을 개정해서 선거를 치렀지만 10년만에 그것을 스스로 부정하고 다시 헌정 중단을 한 것이 10월 유신"이라며 "이런 부분에 대해 박 후보가 다시 한번 정리를 하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