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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낮 롯데마트 마산점과 바로 인접한 창원시 마산합포구 신마산시장.
궂은 날씨에도 마트에는 가족단위 쇼핑객들이 타고 온 차량들이 쉴새 없이 들락거렸지만, 신마산시장에는 손님이 보이지 않았다.
◈대형마트 영업제한 풀리자 "숨통이라도 트일까 기대했는데…"이 곳에서 15년 넘게 과일장사를 해 온 서모(61) 씨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들어온지 3일이 지난 수박은 진열대 위에서 꼭지가 누렇게 말라가고 있었고 주인을 찾지 못한 참외, 복숭아도 수북히 쌓인 채 짓눌려 있다.
근처에 마트가 들어오기 전만해도 장사가 괜찮았지만, 지금은 옛 이야기가 돼 버렸다. 과일가게와 함께 운영하던 철물점은 7년 전 헐값에 고물상에 넘겨버렸다. 과일가게도 닫고 싶지만 생계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어가고 있다.
서 씨는 기자와의 이야기 내내 "어렵다. 힘들다"는 말을 계속 되풀이했다.
서 씨는 "요즘 장사가 참 힘이 더 드는 것 같다"며 "돈 될 것은 대형마트가서 사고, 1~2천 원짜리 돈 안 되는 것만 재래시장에서 사고 간다"고 푸념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말로는 재래시장 상인들과 상생하겠다고 하지만, 노력하지 않는다"며 "의무휴업조차 하지 않겠다고 하니, 부담이 더 크다"고 혀를 찼다.
그는 "대형마트야 큰 기업에서 운영하지만, 우리 재래시장은 마트 때문에 열집, 스무집, 서른집, 백집이 다 죽는다"며 "절대 앞으로는 대형마트를 허용하면 시장이고 국회의원도 안찍어 준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마트 쉬는 날 재래시장 매출 2배…"이제 우린 다 죽어"바로 옆에서 채소장사를 하고 있는 김모(60) 씨는 안주도 없이 막걸리를 들이키고 있다.
김 씨에게도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매출과 직결됐다. 평소보다 2배 정도 매출에 차이가 났다. 김 씨는 "마트가 하루 문을 닫아보면 매상이 확실히 다르다. 평소에 5만 원 팔 것 같으면 대형마트가 문을 닫으면 10만 원 정도 판다.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그는 대형마트가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우리는 다 죽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장에서 조그맣게 채소장소를 하는 또 다른 상인도 역시, 대형마트가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불만을 터트렸다.
그는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은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대형마트가)문을 닫는 날에는 매출이 다르다"며 "우리 서민들도 벌어먹고 살아야 하는 것 아니냐. 자기들때문에 장사가 안돼서 얼마나 고생하고 있는데. 한달에 두번은 장사를 안해 줘도 될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하루 벌어 하루 살기도 바쁜데, 어떻게 싸워서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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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들이 소송을 걸어 영업을 재개한다는 소식에 이제 "포기했다"고 말하는 상인들도 적지않았다.
이마트 마산점 인근 장군동시장에서 10년 넘게 과일장사를 해 온 이모(55) 씨는 "마트가는 사람은 마트 간다. 재래시장 안간다"며 "거기에 의무휴업까지 없앤다고 하니 재래시장은 이제 희망이 없다. 앞으로 가면 갈수록. 이런 장사는 끝났다"고 말꼬리를 흐렸다.
맞은 편에서 과일장사를 하는 박모(60) 씨는 "그냥 재래시장은 정말로 최악이다. 답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하루 벌어서 쌀 사먹기도 바쁘고 하루 전기세 낼 것도 바쁘고 달세 내기도 바쁜 사람들이, 누가 대형마트와 싸움을 할 것이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정말로 선진국 장사 수준이라면 서로가 조금씩 양보해서 평균적으로 살 수 있도록 해줘야한다"면서 "대기업은 대기업대로 먹을려고 애를 쓸 것이고 힘없는 재래시장 상인들은 이렇게 눈뜨고 코배이는 것 뻔히 알면서 보고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다"고 눈물을 글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