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인지능력향상서비스사업, 즉 독서바우처제도는 미취학 아동에게 책을 읽어줌으로써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프로그램이다.
1순위 아동에게는 월 2만 7천원, 그 외 월평균 소득 100% 이하 가구 2순위 아동에게는 월 2만원씩 10개월간 지원된다.
이 사업에 선정되면 지원금액보다 적은 규모의 자기 돈을 보태 방문교사들로부터 주 1회, 20분 가량의 수업을 받게 된다.
1인당 지원 금액은 20만원, 27만원에 불과하지만 한글을 가르쳐주는 프로그램으로 아이 엄마들에게 큰 인기를 끌면서 각 지자체에는 대기자들이 줄을 서 있다.
서울 서대문구의 경우 100여명 가량이 대기하고 있고, 양천구의 경우 예산이 모두 동나 더 이상 지원자를 못받는 실정이다. 경기도 용인, 성남 등에서도 일찌감치 지원이 마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작 관련 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이 사업이 탐탁지 않다는 분위기다. 당초 목적했던 책읽기를 통한 인지능력 향상보다는 한글 배우기, 그러니까 학습능력을 키우는 데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 부모들 입장에서야 좋겠지만 국가와 지자체가 돈을 대주면서 선행학습을 시키는 모양이 부담스럽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 독서바우처 사업이 학습지 업체들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일부 학습지 업체는 바우처를 통하면 수 십만원에 이르는 교재비를 일정하게 깎아 준다며 학부모들을 부추기고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일부 방문교사들은 실적을 위해 바우처 프로그램 외에 다른 프로그램을 권하거나 대놓고 영업을 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 육아카페 등에서는 업체와 방문 교사들을 비난하는 글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복지부는 이런 직접 방법이 아니어도 바우처 수업을 통해 특정 업체의 상품에 익숙해 져 나중에 그 회사의 책이나 상품 구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2007년부터 시작된 이 사업에 올해 책정된 국가예산은 319억원이고 내년 예산도 비슷한 규모로 기획재정부에 제출됐다. 이 사업이 매칭방식이어서 지방정부 예산도 130억원이 투입된다.
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학부모들이 좋아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예산을 늘린 사업은 아닌 것 같다"며 "그렇다고 폐지하기도 어려워 난감하다. 프로그램을 개선하는 쪽으로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