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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당원 명부가 통째로 유출됐다는 소식에 새누리당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그것도 국장급 당직자를 비롯해 복수의 당직자가 개입돼 돈을 받고 업체에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나면서 더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수원지검 형사2부(이종근 부장검사)는 지난 4·11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수백만원을 받고 당원 명부를 문자발송업체에 넘긴 혐의로 새누리당 당직자 이 모(43)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문자발송업체 임원의 제안을 받고 선거 직전 새누리당 당원의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담긴 당원명부를 업체에 넘겨주고 수백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씨가 빼돌린 당원 명부에 등재된 당원은 200만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에 따르면 이씨는 전 청년국장 출신으로, 4·11 총선 직전에 당 조직국의 한 당직자에게 부탁해 당원 명부가 담긴 DB 자료를 넘겨받아 업체에 팔아넘겼다.
당원 명부는 당원의 주소와 학력·직업 등 신상명세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당의 기밀자료로, 복수의 당직자가 개입돼 통째로 유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누리당은 충격에 휩싸인 모습이다.
이번 사건이 19대 국회를 맞아 국회의원 겸직 금지와 세비 반납 등 차별화된 쇄신 행보를 이어가는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선 후보 경선을 앞두고 있는 민감한 시기여서 당혹감을 더해주고 있다. 당원 명부가 특정 대선 캠프로 흘러들어갈 경우 사전 선거운동 등에 쓰일 수 있고, 이는 곧바로 불공정 경선 논란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새누리당은 유출 사실 자체도 문제지만 당원 명부가 현재 어디까지 흘러갔는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CBS와의 전화통화에서 "내일 오전 9시 실국장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할 예정"이라며 "우선 해당 전문위원을 만나 당원 명부가 어디까지 넘어 갔는지 등 자제 진상조사를 벌인 다음 하루빨리 당원 명부를 회수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우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당원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린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며 "자체적으로 사태파악에 나섰으며 당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새누리당은 검찰의 수사에도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