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테러 장비인 폭발물 처리 로봇(경찰청 제공/노컷뉴스)
폭발물 처리 로봇과 엑스레이 촬영장비 등 대테러 장비를 납품하는 과정에서 업체들이 경찰과 군, 공항공사 등을 상대로 광범한 금품 로비를 벌인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은 경찰관과 전직 육군 대령 등 관련자 7명을 붙잡아 이 중 2명을 구속했다.
◈ 주식투자 손실보전 빙자…경찰관이 억대 금품 수수경찰의 대테러장비 구매업무를 담당한 경찰관 A(49.경감)씨는 지난 2004년 12월, 장비 납품업체의 주식 1억1천8백만 원 어치를 초등학교 동창인 B(49)씨를 통해 매입하도록 했다.
납품업체가 석달 뒤 주식을 코스닥에 상장할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미리 주식을 매입해 시세차익을 노렸지만 주가는 오히려 떨어지기 시작해, 2006년 초 주식을 팔 때는 3천만 원 가량의 손해를 보고 말았다.
A씨는 주식투자로 손해를 보자 초등학교 동창 B씨를 통해 납품업체 대표 C(44)씨를 압박해 투자 손실을 보전해달라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업자 C씨는 경찰관 A씨의 요구에 따라 2006년 4월 27일부터 2009년 9월 30일까지 모두 42차례에 걸쳐 투자 손실금의 3배가 넘는 1억 870만 원을 뇌물로 제공했다.
물론 업체도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C 대표가 운영하는 업체는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 동안 경찰청이 발주한 수의계약 180건 중 절반에 가까운 83건을 성사시켰다. 전체 계약액수만 65억 3천만 원에 달했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억 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경찰관 A씨와 동창생 B씨를 구속(특가법상 금품수수)하고, 뇌물을 준 업체대표 C씨(뇌물공여)는 불구속 입건했다.
◈ 뇌물주고 수의계약 절반 가져가…해경,軍,공항 등에도 금품로비경찰에 적발된 장비 납품업체의 금품비리는 경찰 뿐 아니라 해양경찰과 육군, 한국공항공사 등으로 광범위하게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이 업체 대표 C씨와 본부장 D씨의 계좌를 추적한 결과, 공항공사 담당 직원에게 수백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이 건네졌고, 해양경찰청의 대테러 담당 경찰관(경감)에게도 1백여만 원의 금품이 전달된 사실이 확인됐다.
또, 수사과정에서 대테러장비 입찰관련 내부정보를 알선해주는 명목으로 2천6백만 원을 받은 전직 육군 대령도 붙잡혔다.
금품을 건넨 본부장 D씨(뇌물공여)와 공항공사 직원을 비롯한 해양경찰관(금품수수), 전직 육군대령(변호사법 위반)도 모두 이번 사건 수사로 입건조치 됐다.
이처럼 광범한 비리가 일어나는 이유는 대테러장비 납품 계약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 방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인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지능범죄수사대 박관천 대장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납품이 이뤄지다보니 업체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계약조건을 만들기 위해, 전직 간부출신 알선 브로커를 고용해 뇌물을 제공하는 등 관행적으로 비리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문제의 업체를 압수수색해 확보한 메모지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업체의 자금이 전현직 군간부와 국공립대학 교직원 등에게 흘러들어간 정황을 포착하고 추가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