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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은 노무현이다, 나무는 쓰러진 뒤에야 크기를 아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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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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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5월은 노무현입니다''''라는 말이 5월이면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기 시작했다. 노무현 재단에서 서거 1주기에 내걸었던 이 슬로건은 올해 3주기를 앞두고 엉뚱하게도 새누리당 이한구 대표와 검찰, 조중동에서 시동을 걸었다.

◇ 조중동도 5월은 노무현이다!

이한구 대표는 트윗으로 ''''노무현 XXX'''', ''''잘 XX어''''라는 아주 격한 문구를 리트윗한 게 발견돼 구설수에 휘말렸다. 본인 해명으로는 전혀 관련이 없다, 어쩌다 그런 리트윗이 올라갔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다며 죄송하다고 사과까지 했으나 추모하는 사람들로서는 분기탱천하다 못해 망연자실...

조선·중앙·동아일보는 지난 주말 일제히 검찰을 인용해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 씨 관련 의혹을 크게 보도했다. 신문 1면 기사 외에 다른 한 면을 온통 할애할 정도로 비중을 두어 ''''노건평 씨의 검은 돈 은닉처로 추정되는 계좌에서 뭉칫돈이 발견됐다''''는 보도를 내보냈다.

반면에 한겨레신문과 한국일보 등은 ''''''''뭉칫돈''''에 대한 최소한의 사실 관계도 제시 못하면서 검찰은 왜 터뜨렸을까''''라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검찰이 의혹을 흘린 18일 다음날인 19일부터 노 전 대통령 3주기 추모 행사가 전국적으로 시작될 것이어서 ''''노 전 대통령 추모열기를 가라앉히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오늘 아침(21일) 언론 보도는 갑자기 방향이 바뀌고 있다.

검찰, ''''노건평 뭉칫돈'' 놓고 말바꾸기?'''' - 연합뉴스
''''뭉칫돈, 노건평씨와 연관 없다'''' 검찰, 황당한 말 바꾸기 - 한국일보
노건평 연루 흘리던 檢 사흘만에 ''''위험한 발상'''' - 한겨레
검찰 ''''노건평 수백억 말한 적 없다'''' - 경향신문
검찰 ''''수백억 뭉칫돈 노건평과 관련 없는 듯'''' - 머니투데이

이건 도대체 뭐란 말인가, 어쨌거나 보수집권당도 검찰도 조중동도 ''''5월은 노무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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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는 쓰러진 뒤에야 크기를 잴 수 있다

우리의 대통령들은 이런 나라가 또 있을까 싶을 정도로 퇴임 후가 순탄치 않다. 미국도 대통령에 얽힌 스캔들이 난무하고 대통령이 도중에 물러나는 등 어지럽지만 전직 대통령에 대해선 꽤 그럴듯한 구석들이 있다. 자기 임기 중에는 욕깨나 먹고 정책을 엉망으로 펼쳐 국민들의 원망과 조롱을 들었어도 전직 대통령으로서는 꽤 그럴 듯하게 활동다운 활동을 펼치기도 한다. 미국 대통령들의 임기 후 대부분 자기 출신지나 정치적으로 기반이 된 곳에 돌아간다. 그리고 꾸준한 정치 사회적 활동을 이어간다.

가장 대표적인 활동은 역시 자서전이나 관심 분야에 대한 연구 저술, 그리고 지역 봉사활동 등이다. 그런가 하면 민간 외교사절이 되어 지구촌을 누비기도 하고 주요 정책에서 현직 대통령의 자문도 한다. 어떨 때는 전직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보다 더 돋보이는 활동을 해 국민에게 이미지를 더욱 부각시키고 존재감이 뚜렷해지는 경우도 있다.

후버 대통령 같은 이는 ''''후버위원회''''위원장으로 정부의 행정개혁을 지원했고 제퍼슨 대통령도 퇴임 후 17년 간 공익적인 활동을 펼쳤다. 지금의 버지니아대학교가 제퍼슨에 의해 세워진 학교이다. 존퀸시 애덤스 대통령은 퇴임 후 연방하원의원으로 17년 간 의정활동을 폈다. 국회 연설을 준비하다가 심장마비로 사망한 것으로 유명한 인물. 하원에서 탄핵 당했다 상원에서 부결돼 목숨을 건진 앤드루 존슨대통령은 상원의원이 되어 일했다.

미국의 전직 대통령들도 흔히 자신의 기념 도서관을 세운다. 대통령 재임 시의 기록이나 경험은 국가의 공적 자산이라고 여겨 자신의 활동내역을 정리해 후대에 남기는 것이 목적이다. 자기의 위세를 과시해 퇴임 후에도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담긴 것들이 아니어서 미국 연방정부도 기념관 건립을 지원하고 국민의 거부감도 없다. 정치적 논란과 국민의 반발을 항상 불러일으킨 우리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미국 전직 대통령들의 행적 중 흥미로운 것은 자신의 마지막을 국립묘지로 하지 않고 고향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 윌슨, 케네디 두 대통령 빼고는 모두 고향에 묻혔다.

한편 전직 대통령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추앙받는 인물은 누굴까?

터키의 무스타파 케말 아타투르크를 꼽을 수 있다. 터키를 둘로 쪼개 지배하려던 미국과 유럽 강대국의 야욕에서 나라를 지킨 군사전략가이고, 대통령이 되어선 이슬람 전통을 과감히 개혁해 터키를 현대화시킨 인물이다.

그의 무덤이 보존된 기념관을 들른 국민참배객 수는 2007년 한해 2,500만 명을 기록해 화제가 됐다. 1938년 사망해 70년이 지나도록 참배객이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터키 헌법의 전문(前文)에 ''''불멸의 지도자요 전대미문의 영웅''''이라고 못박혀 있고 그를 폄하하는 행위는 형법상 범죄이다.

물론 아타투르크에 대해 너무 신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자제의 요구가 없는 것은 아니나 사후에도 언제나 터키가 국가적 어려움에 처하면 아타투르크가 국가통합의 중심이 된다.

나무는 쓰러진 뒤에야 그 크기를 알게 된다고 한다. 권력의 최고 정점에 올라 있을 때야 누구나 허리를 굽히고 옳소이다 외치니 그 사람의 진정한 가치와 덕망을 헤아리기 어렵고 하지만 내려오거나 죽고 난 뒤엔 제대로 된 평가들이 모습을 드러낸다는 뜻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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