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기관사 정신질환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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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사고에 따른 사고경험기관사들이 더 충격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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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3년간 수도권에서만 선로 투신 등 지하철 인명사고가 320여건에 이르면서 사고를 경험한 지하철 기관사들이 점점 늘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관사들이 겪는 정신질환 등 사고 후유증에 대한 치료서비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또 다른 사고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 5일 지하철 2호선 구의역에서 선로에 뛰어든 32살 이 모 씨를 친 지하철 기관사 52살 김 모 씨는 사고 뒤 심각한 사고 후유증을 앓고 있다.

김 씨는 사고를 겪은 뒤 자다가도 자신도 모르게 급제동 브레이크를 손으로 조작하는 시늉을 한다. 또 승강장에 진입하다 열차를 타려고 선로 쪽으로 나오는 사람들만 봐도 깜짝 놀라는 일을 하루에도 수차례 겪곤 한다.

그런데 무엇보다 김씨를 괴롭히는 사실은 누군가를 죽였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는 것이다.

김 씨는 "지하철 선로로 뛰어들어 자신을 똑바로 쳐다보는 30대 남성의 얼굴이 잊혀지지 않는다"며 "사람을 죽였다는 생각이 하루에도 몇 번 씩 머릿속을 맴 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사 43살 이 모 씨는 벌써 3번째 열차를 인명사고를 경험했다.

다행히 오래전 일이라 김 씨처럼 매일 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지만 아직도 가끔씩 사고 현장이 선명하게 떠올라 섬뜩해지곤 한다.

이 씨는 "그림 실력이 없어서 그렇지 실력만 있다면 숨진 사람 뿐 아니라 사고현장 주변의 나무 한그루까지 다 그릴 수 있을 정도로 사고 당시의 상황이 선명하게 남아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003년부터 지난 9월달 까지 서울과 수도권 지하철에서 발생한 인명 사고는 모두 320여건에 이른다.

특히 서울 지하철에서 발생한 인명사고 200여건 가운데 사망사고가 100여건을 넘을 정도로 지하철 인명사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지하철 인명사고가 발생한 뒤 사고처리 절차는 지하철 기관사의 정신적 고통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우선 지하철 기관사는 사고가 발생한 뒤 사체나 부상자를 선로에서 승강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끝내고 바로 승객들을 태운 채 사고열차를 다시 몰고 교대지점으로 향해야 한다.

이 시간은 평균 15분에서 30분 가량 소요되며 ''''1인 운행 시스템'''' 하에서는 불가피한 조치다.

하지만 얼마전 사고를 경험한 김 모 씨는 당시 상황에 대해 ''''머리 속이 텅 빈 백지 상태였다''''며 ''''어떻게 기관차를 몰고 구의역에서 이대역까지 왔는지 기억도 안난다''''고 말했다.

특히 "기본적인 열차 작동도 하기 힘들 상황이었는데 혹시 열차에 조그만 결함이라도 발생한다며 대형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김씨는 말했다.

하지만 사고처리 절차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지하철 기관사는 사무실에 도착한 직후 사고 경위서를 작성에 회사에 제출해야 한다. 그리곤 경찰서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돼 진술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런데 경찰 조사에서 CCTV나 목격자들의 증언을 통해 자살사건이라는 것이 명확하게 입증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만약 상황증거가 부족할 경우에는 형사입건 되거나 심지어 유족들에 의해 고소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백병원 우종민 박사팀이 서울지하철공사와 도시철도공사, 그리고 철도청 소속 기관사 62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59.7%의 기관사가 지하철 투신 등 인명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사고경험 기관사 가운데 13.6%는 PTSD, 즉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이라는 심각한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 문제는 이처럼 업무상 사고를 경험한 지하철 기관사들이 겪고 있는 정신질환 등 사고 후유증에 대한 치료서비스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하철 공사 관계자는 "다른 직종의 근로자들과 형평성 문제도 있기 때문에 기관사에 대해서만 특별한 보상이나 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러한 설명에 대해 지하철 기관사에 대한 상담과 정신치료 서비스는 단순히 기관사에 대한 특혜 차원의 문제가 아닌 승객의 안전과 직결된 문제라고 설명한다.

원진녹색병원 산업의학과 임상혁 박사는 "미국과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지하철 뿐 아니라 택시와 버스 등 대중교통 운전자에 대해서도 사고 후 업무에 복귀하기 전 상담이나 정신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임 박사는 특히 "지하철 기관사가 사고 뒤 ''외상후 스트레스 증후군''같은 심각한 정신질환을 겪고 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입증됐다"며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정신 질환을 겪고 있는 기관사에게 수 백 명이 타고 있는 열차운행을 맡기는 것은 대형 참사를 부추기는 꼴이다"라고 설명했다.

지하철 기관사들이 겪는 사고 후유증이 또 다른 사고를 불러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들에 대한 치료서비스 제공 등이 시급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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