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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가카의 빅엿'' 등 이명박 대통령을 비하하는 표현을 올렸던 서기호(41.사법연수원29기) 서울 북부지법 판사가 법관 재임용 심사에서 최종 탈락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회의에서 논의된 법관 적격심사 결과를 토대로 재임용 대상 법관 113명에 대한 인사발령을 10일 발표했다.
서 판사는 해당 재임용 명단에서 누락돼 탈락한 사실이 최종적으로 확인됐다.
앞서 지난 7일 법관인사위원회는 전체회의를 열고 서 판사의 10년간 근무평정 결과를 토대로 ''연임부적합'' 의견을 도출해 이를 9일 열린 대법관 회의에 넘겼다.
서기호 판사는 임용 10년 마다 진행되는 재임용 심사에서 탈락한 4번째 판사로 기록될 전망이다.
서 판사와 함께 재임용 부적격 심사 대상에 올랐던 4-5명의 판사들은 이미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관 인사위에 출석했던 서 판사는 자신의 근무평정이 하위 2%라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며 100쪽이 넘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또 최근 코트넷을 통해 자신의 근무평정과 사건처리율, 실질조정 화해율 등 업무 실적을 공개하며 평가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했다.
서 판사는 재임용 탈락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의외로 충격이 크다"며 인터뷰 요청을 정중히 사양했다.
◈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하는 대법원, 이해할 수 없다"재임용 탈락 공문을 받은 서 판사는 이날 오후 5시쯤 법원 내부게시판에 글을 올려 재임용 탈락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서 판사는 "인사위원회는 ''근무성적 현저히 불량'' 부분에 대한 사유를 제시하지 못했고, 근무평정에 관한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충분한 답변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또 "법관인사규칙 제8조 2항는 ''대법원장은 연임신청 판사 중 연임하지 않기로 결정된 판사에 대해서는 그 취지 및 사유를 통지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탈락 공문에는 단 두줄만 기재돼 있었다"며 "법과 원칙에 충실해야 할 법원에서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 판사는 이어 "법원게시판과 인사위원회에 제출한 방대한 소명자료에 대해서도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종전의 말만 반복했다"며 "아무리 외쳐도 들리지 않는 높은 산성에 맞부딪친 기분"이라고 덧붙였다.
서 판사는 "임기 만료일인 17일까지 향후 거취와 나아갈 방향 등에 관해 많은 분들을 의견을 들은 후, 헌법소원 등 법적대응 방침을 포함한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 현재의 재임용 방식에 문제제기…판사들 집단토론회 움직임
서 판사 재임용 탈락 소식이 전해지면서 일부 법관들을 중심으로 집단행동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앞서 유지원 울산지법 판사는 9일 법원 내부게시판인 ''코트넷''을 통해 "재임용을 앞둔 판사들이 평가자에게 ''정상적인 직무를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한 재판을 해야 한다면 사법 독립이 뿌리째 흔들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심사에서 우려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우리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법권의 독립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서 판사 임용 동기인 사법연수원 29기 판사들과 바로 위 선배인 28기 판사들도 재임용 심사에 대한 모호한 기준이 자칫 사법부 독립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일부 법관들은 대법원의 이번 결정에 대해 판사회의를 준비하는 등 대책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서 판사의 임기는 오는 17일로 공식 종료된다.
서 판사는 앞서 납득할 만한 공정한 심사절차 공개 없이 재임용 탈락자로 통보받을 경우 헌법소원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힌 바 있어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