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의 인터넷 PC 게임을 제한하는 셧다운제가 오는 11월 예고돼 수익성에 적신호가 켜진 가운데 국내 부분 유료화 게임들의 핵심수익원인 확률형 아이템도 철퇴를 맞았다.
확률형 아이템이 규제입법의 대상이 될 경우, 매출 하락은 물론 등급상향 조치까지 이뤄질 수 있어 유저층 축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가 그간 논란이 됐던 ''디아블로3'' 게임 내 현금 경매장 기능의 국내 도입을 강행하겠다고 밝혀 사행성 이슈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한마디로 게임업계가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 국내 게임업계의 핵심수익원 ''확률형 아이템'' 철퇴?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최근 국내 주요 게임사들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와 관련해 사행성 규제 논의를 진행중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소비자가 게임 내에서 이를 구매하기 전까지 가격 대비 성능이 어느 수준인지 알 수 없게 한 것으로, 이로 인해 사행성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일단 정부는 게임업계가 마련한 자율규제안을 검토한 후 적절한 수준이라면 별도의 법제화 등 규제입법은 진행하지 않을 예정이지만 자율여부를 떠나 게임업계의 수익 모델을 통째로 흔들어 놓았다는 점에서 그 충격의 강도를 가늠하기 어렵다.
게임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야구게임들의 선수카드 뽑기나 아이템 인챈트(강화)까지 확률형 아이템으로 규제하는 것은 사업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기준이 나오지 않았지만 게임업계의 비즈니스 모델로 자리 잡은 확률형 아이템마저 규제입법의 대상이 될 경우 난리가 날 수 밖에 없다"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게임 자체가 확률의 조합으로 재미를 주는 것인데 사업 바탕인 확률을 완전히 차단하는 것은 기업에 영리 추구를 하지 말라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이수근 게임물등급위원회 위원장은 "업계에선 비즈니스 영역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상 확률형 아이템은 게임 내 적용되는 콘텐츠의 일부"라며 "현재로선 규제입법을 계획하고 있는 것은 아니나 확률형 아이템과 관련한 민원이 많이 들어와 주의 깊게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 ''디아블로3'' 아이템 현금 환전 ''바다이야기 사태'' 재연 우려 이런 정부의 규제 분위기 속에 ''디아블로3''의 아이템 현금거래 도입 추진은 게임업계의 기반을 송두리째 흔들 것이란 위기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대표는 22일 오전 서울 논현동 임페리얼팰리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려진 바와 같이 ''디아블로3''에는 게임 내 현금 경매장 기능이 도입된다"며 "(한국인들이) 우려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현금 경매장은 고품질 게임 경험을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강행의사를 내비쳤다.
업계에서는 게임 내에 현금 경매장이 도입되면 게임 아이템에 대한 환전 및 환전 알선행위가 광범위하게 무차별적으로 이뤄져 지난 2005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바다이야기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바다이야기''는 당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등급을 받은 합법적인 게임기였지만 진짜 화폐로 환전해주는 변질된 경품용 상품권은 전국을 도박장으로 만든 주범이 됐다.
더욱이 아직 웹보드게임과 관련해서는 별다른 조짐이 보이지 않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이 웹보드 업계에까지 불똥이 튈 경우 어떤 형식으로든 게임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게임포털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웹보드 게임업체들은 게임머니를 환전하도록 유도하는 불법 환전업자 및 사이트가 건전하게 게임을 이용하는 대다수 이용자들에게 오명을 씌운다고 주장해왔다"며 "그러나 ''디아블로3''의 현금 경매장 도입이 합법화되면 게임에 대한 사행성 논란의 핵심이 게임 서비스 자체로 흐를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한편 게임물등급위원회는 "아직 블리자드코리아를 통해 해당 게임의 한국 서비스 버전 심의신청이 이뤄지지 않아 관련한 입장을 표명하긴 어렵다"고 전제한 뒤 "사안이 사안인만큼 ''디아블로3''는 베타테스트부터 경매장 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