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복지, 개념은 간데 없고 포퓰리즘만 나부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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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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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혼자서는 거동이 힘든 중증 장애인에게 집으로 찾아가 돌봐주는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가 10월부터 실시된다. 지난 8일부터 지역 주민센터에서 대상자 신청을 받고 있다. 장애인 5만 여명에게 월평균 69만 원 정도, 180시간의 방문간호와 가사활동 지원을 한다는 것이 보건복지부 발표 내용이다.

지원 대상이 지금까지 3만 명이던 걸 5만 명으로 늘렸다고 한다. 또 신변처리, 아동보조에 그치던 서비스 항목에 방문간호, 방문목욕을 추가했다고 한다. 그런데 입법 예고되는 내용을 보니 본인부담금을 일부 내라고 한다.

◈ 장애인 복지 서비스냐 카센터 수리 서비스냐

중증장애인에게 한 달에 180 시간만 서비스를 받으라고 하는 것이 너무 야박해 늘려달라 했는데 그건 그대로 두었다. 그리고 그 180 시간도 서비스를 기본급여 서비스, 추가 급여 서비스로 구분했다. 정부가 책정한 1인당 월 평균 69만 원 정도의 서비스라는 걸 중증장애인의 일상생활과 필요한 서비스에 의해 분해해보면 이런 의미가 된다.

대변 볼 때 시간당 2천원, 외출할 때 시간당 1천원이다. 이번에 추가됐다고 홍보하는 서비스 중 방문 목욕 서비스 받으면 6만원이 나간다. 횟수로 따지기 때문에 그렇다. 방문간호 한 번 받으면 4만원이 나가야 한다. 세분화된 요금은 방문간호 30분 미만에 2만8천7백원, 30분 ~ 60분 3만6천650원, 60분 이상 4만4천6백 원... 심야와 휴일에는 할증 요금 시간당 천 원이 붙는데 그것도 4시간만 써야 한다.

기본 서비스급여는 등급별, 추가 서비스 급여는 인정점수별... 읽어도 모를 만큼 복잡하다. 언뜻 보면 한미 FTA 서비스 분야 협정안인 줄 착각할 판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목욕탕 가서 몸 씻겨 달라고 할 때 세신사에게 등판만 밀면 얼마, 상반신 얼마, 몸 전체는 얼마로 나누는 셈이다. 이게 중증장애인 복지 서비스인가, 자동차 카센터 서비스 하자는 것인가.

장애인들은 정부 복지재정이 넉넉치 않고 제도가 정착된 것도 아니어서 어느 정도 불편하고 복잡한 건 인정하지만 이런 것만은 고쳐달라고 요구해 왔다.

1. 본인 부담금, 즉 어떤 형태로든 장애인에게 서비스 요금을 내라는 건 너무하다.
2. 활동보조기관 중에 영리기관이 들어 있는데 영리기관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3. 지원 등급을 정하는 기준이 너무 엄격하다
.

그러나 정부는 이런 의견을 반영하지 않고 사업과 예산절감에 초점을 맞춘 일방적인 고시안을 내놓은 것이다.

◈ 오세훈 시장, 보편복지는 싫어도 포퓰리즘은 즐기나?

서울시는 지난 7월 1일, 정부가 제공하는 한 달 180시간 서비스에 서울시가 추가로 최대 180 시간을 더 늘려 제공하겠다고 발표했다. 한 달 최대 360 시간이 된다.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런데 서울시 서비스에도 장애인 자부담 요금이 붙는다 한다. 중증 장애인이 서울시가 최대한 지원할 수 있다는 추가 서비스 시간까지 합쳐 하루 12시간 꼴로 월 360시간의 활동지원을 받으려면 정부가 부과하는 자부담 11만4백 원, 서울시가 부과하는 6만 원 등 최대 17만 4백 원을 납부해야 한다는 계산이다.

서울시 입장은 ''''정부가 180 시간 지원하면서 자부담 요금을 받는데 서울시가 제공하는 180 시간에도 요금이 붙는 건 당연하지 않냐'''', ''''정부는 받고 서울시가 안 받으면 형평성에도 어긋나고 서울시 재정도 형편이 나쁘니 어쩌겠냐''''는 설명이다. 어쨌거나 180 시간만 서비스 할 것을 360 시간 서비스하니 돈을 내더라도 서비스 시간이 늘어난 것은 복지 증진이라는 주장이다.

여기까지는 정부가 서비스 하는 것이고 여기서부터는 서울시 서비스니까 미터기 새로 꺾고 달린다는 것인지 시외구간이니 할증이 붙는다는 것인지, 여기까지는 정부 건설 고속도로 요금 받았고 이번 톨게이트부터는 민자건설 도로라 다시 통행요금 받는다는 이야기인지, 도대체 장애인 복지 철학과 개념이 상실된 모습이다.

물론 소득 정도에 따라 자부담 요금이 다르게 책정되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 그것도 중증장애인이 겪는 교육, 취업, 임금, 소득의 불평등 정도를 고려하면 한 달에 현금 10만원은 큰 부담이다. 주머니에서 꺼내기 불가능한 액수일 수도 있다.

장애인들이 노동과 소득에서 심각한 차별과 장벽에 가로 막혀 있다는 현실을 더 반영해야 한다. 중증장애인 활동지원제도는 멋진 삶이나 편리한 삶을 위한 서비스가 아니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대소변 처리, 세안 및 목욕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해내기 위한 활동을 돕는 것이다. 개념도 없는 짠 소금 복지정책을 내놓고 엄청나게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선전해 인기를 높이는 그것이 바로 질 나쁜 포퓰리즘이다.

ㅇㅇ

 

◈ ''개념상실''이야말로 장애 중 장애

개념 상실을 수정하고자 외국 사례를 소개한다. 한 달 전인 7월 5일 자 모 경제신문에 실린 기사 내용이다.

<독일 철도공사는="" 중증="" 장애인을="" 대상으로="" 철도여행="" 무료="" 서비스를="" 확대하기로="" 했다.="" 이전까지는="" 거주지에서="" 50킬로미터="" 이내였지만="" 9월부터는="" 전국="" 어디로든="" 무료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 단="" 고속철과="" 장거리노선철도는="" 제외한다.="" 이것은="" un="" 장애인인권위원회="" 결의를="" 지키기="" 위한="" 것이다.="">

짧은 기사이지만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중증장애인 혼자서 집을 나와 기차역까지, 기차역에서 기차 좌석까지, 내려서 낯선 도시 어디로나 이동할 수 있을 만큼 사회 환경이 갖춰져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내용이다. 전동 휠체어가 충분히 다닐 수 있는 도로, 기차역·지하철역의 엘리베이터와 리프트 등 사회 인프라가 갖추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멀리 가려면 요금을 내야했지만 이제는 어디든 무료로 다니라고 한다.

독일에 처음 발을 내딛으면 웬 장애인이 이렇게 많냐고 의아해 하기 마련이다. 장애인이 많아서가 아니라 다들 거리로 나와 자유롭게 자연스럽게 활동할 수 있어서 그런 것이다. 벼룩시장, 축제, 파티 어디에도 장애인이 참석하고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으면 꼭 데리고 가 함께 즐긴다.

장애인 의무고용비율이 엄격히 지켜지고 장애인을 해고할 때는 국가가 지정한 장애인고용센터 (통합사무소)에 먼저 보고해 경영이 그만큼 어려움을 인정받아야 해고가 이뤄진다. 장애인이 취업할 땐 지원서에 ''''장애'''' 사항을 반드시 적어낸다. 자기 여건에 적합한 업무를 부여받기 위해서이다. 작업공간이 자신에게 불편하면 작업장 개선을 직접 청구할 법적 권리도 있다.

여기까지 바라지는 않는다. 그저 이런 게 있다는 것이나 알고 개념부터 갖춰 가도록 당부한다. 그리고 시행고시안은 아직 ''''안''''이니 바꿀 수 있을 때 장애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잘 듣고 바꿔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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