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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관련 줄줄이 오보 사태, 너무 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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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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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노르웨이는 21년이 법정최고형? No, 사실상 종신형!

국내 언론들이 노르웨이 테러 용의자에 대한 수사와 재판 소식을 다루면서 용의자 아르네스 베링 브레이빅이 최고 징역 21년형을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관련 기사들은 ''''53살에 감옥에서 나온다'''', ''''21년이면 징역형이 끝난다'''' 등 100명 가까이 살해한 테러범에게 징역 21년이면 너무 가볍지 않느냐는 논조들 일색이었다. 21년 형에 그치는 이유로 우리 언론들은 노르웨이 법정 최고형이 징역 21년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설명했다.

노르웨이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21년인 것은 맞다. 노르웨이는 1876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다가 1905년에 사형제를 공식 폐지했다. 그리고 2002년 무기징역형 마저 폐지해 최고 형량이 21년이다. 노르웨이는 살인 사건 자체가 적고(1년에 20건 내외) 범죄 동기도 개인적인 것이 대부분이어서 경찰의 권한도 적고 형량도 가볍다고 한다.

그러나 노르웨이에서는 피고에게 선고한 징역형이 끝나는 시점에 다시 5년을 연장할 수 있는 권한이 법정에 있다. 이 권한은 복역이 끝날 때마다 무제한으로 적용될 수 있다. 개인의 신체적 자유를 구속하는데 20년의 세월이라면 상당히 치명적일 것이므로 그 이후는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에서 21년을 상한선으로 하고 그 이후는 5년 씩 끊어서 연장 여부를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사회에 복귀 시킬 수 없을 만큼 위험하다 판단되면 계속해 5년 씩 연장되니 테러범이자 확신범인 브레이빅은 실제 무기징역형 내지는 종신형을 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종신형 또는 무기징역 중 어느 것으로 봐야 할지는 가석방이나 특별 사면복권, 가족과의 면회 허용 등을 고려해 판단할 문제로 보인다). 어쨌든 우리 언론들은 노르웨이 형법 시스템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최고 형량에만 주목해 오보를 쏟아내고 말았다.

이번 오보 사태는 국내 언론사에 외신을 공급하는 연합뉴스에서부터 빚어졌다. 연합뉴스가 24일 일요일 밤 9시27분에 송고한 <노르웨이 테러범="" 최고형량이="" 21년인="" 이유는?=""> 기사에는 노르웨이에 사형제가 없고 법정최고형은 징역 21년이라고만 적혀 있다. 복역이 끝날 때 마다 심사를 통해 5년 씩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은 빠져 있다.

그 후 25일 아침 10시 14분에 송고된 <노르웨이서 법정="" 최고형="" 강화="" 여론="" 고개=""> 기사에는 형기 만료 때 5년 씩 연장이 가능하다는 내용이 슬그머니 들어가 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으로 인해 21년이라는 법정 최고형을 더 강화하자는 요구가 강해지고 있다고 포장을 새로 해 내놓았다. 결국 24일 자 연합뉴스의 보도를 급히 받아 쓴 언론사들은 테러범 브레이빅이 기껏해야 징역 21년형으로 끝날 것이라고 오보를 냈고, 다음 날 받아 쓴 언론사도 무게는 ''''징역 21년형이 법정최고형''''이라는 점을 강조했지만 ''''5년 씩 연장도 가능''''은 하다고 단서를 달아 오보는 면했다.

일부 언론사는 25일 오후에도 ''''브레이빅이 최고 21년 형에 불과해 너무 가벼운 처벌을 받는다''''고 오보를 계속 내보내기도 했다.

노르웨이 형법에 5년 연장 조항이 있다며 국내 언론의 오보를 가장 먼저 지적한 사람은 인터넷 청년대학생 언론''''고함 20''''의 유럽 특파원(노르웨이 오슬로 대학 교환학생 출신)이었다. 연합뉴스가 ''''고함 20'''' 특파원의 지적을 트윗이나 블로그를 통해 접한 뒤 급히 2차 보도를 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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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노르웨이 테러범이 한국 가부장제를 신봉한다고?

노르웨이 테러범이 ''''한국,일본처럼 가부장제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기사도 이목을 끌었다. (<노르웨이 테러범="" 한,일처럼="" 가부장제="" 회복=""> 연합 25일 새벽 5시50분 발 기사.) 이를 시작으로 쏟아진 우리 언론의 보도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브레이빅은="" 유럽="" 독립선언문이라는="" 선언문을="" 통해="" 페미니즘에="" 대한="" 혐오감을="" 드러냈고="" 가부장제="" 회복을="" 강조했으며,="" 그="" 대안으로="" 일본이나="" 한국이="" 모델이라고="" 주장했다.="" 또="" 유럽이="" 한국이나="" 일본처럼="" 되는="" 것을="" 보고="" 싶고="" 한국과="" 일본이="" 보수주의나="" 민족주의와="" 가까운=""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동경한 노르웨이 연쇄 살인마'''', ''''노르웨이 테러범 한국처럼 가부장제 본받자 주장''''''''여성들 순종하는 한국이 좋다고''''..... 이런 제목의 기사들이었다. 이 같은 내용이 보도되자 시민들은 ''''뭐냐, 이것도 유럽에 번지고 있는 한류냐?''''며 몹시 놀라는 반응이었다.

텔레그래프 지가 인용한 선언문 내용은 아래와 같다. (트위터 아이디 ''narciman'' 인용)

"Breivik''s aim, he says, is to achieve a "monoculture" modelled on Japan or South Korea. These "role models", he says, "represent many of the European classical conservative principles of the 1950s" because they are "scientifically advanced, economically progressive" societies "which will not accept multiculturalism or Cultural Marxist principles". He adds that they are today the most peaceful societies "where you can travel freely everywhere without the constant fear of getting raped, ravaged, robbed or killed". (텔레그래프 기사 원문 : http://goo.gl/q4sCZ )

텔레그래프 지가 보도한 이 내용에는 가부장제도와 관련한 내용은 없다. 그러나 텔레그래프 지가 미처 다 싣지 못한 브레이빅의 선언문 속에 들어간 내용을 종합하면 다음과 같다.

The closest similarity you will find and a good comparison is especially the Japanese and South Korean societies and to a certain degree the Taiwanese model. These three models contain a majority of all the political principles we seek to restore. They represent many of the European classical conservative principles of the 1950''''s (culturally) with modern twists; in other words a monocultural, scientifically advanced, economically progressive society with an exceptional level of welfare but which will not accept multiculturalism or Cultural Marxist principles. Japan, South Korea and Taiwan are today the most peaceful societies due to their monocultural model. Crime is more or less non-existent and you can travel freely everywhere without the constant fear of getting raped, ravaged, robbed or killed. They have embraced many positive aspects of globalism but have rejected many of the negative aspects. The fundaments of the patriarchal structures and family values are very strong in these three countries as the wave of feminism lacked several catalyst components (which made it a lot less potent) due to the rejection of multiculturalist/cultural Marxist thought during the 60s and 70s. Japan, South Korea and Taiwan are today our role models for the conservative movement. They are peaceful and anti-imperialistic just like we have aspirations to be.

(Japan Probe 기사 원문 : http://goo.gl/sWIjP )

요약하자면 ''''다문화주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가 지배하는 노르웨이와 달리 단일문화를 보존하면서 과학적으로 발전했고 경제적으로 진보한 롤 모델로 일본 또는 한국을 꼽을 수 있다. 1950년 대 유럽의 정통 보수주의가 지녔던 원칙들을 잘 보여주고 있다. 두 나라는 강도, 강간, 살해 등 범죄에 대한 공포 없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는 평화로운 나라다.......한국, 일본, 대만은 세계화의 장점은 흡수하고 단점은 배제하며 평화적이고 반제국주의적이면서도 가부장제와 가족의 가치가 매우 강한 나라들이다"라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결국 브레이빅이 지녔던 생각들은 극우민족주의, 문화적 보수주의, 반(反)여성주의, 반(反)마르크스주의, 기독교 근본주의 전통적 가족의 가치 등이 뒤섞인 혼돈 상태로 보인다. 우리 언론들은 이들 어휘 중 한 두 개를 부각시킴으로써 혼돈을 초래한 셈이다.

3. 노르웨이 관련 언론 오보는 아기가 헬리콥터 설명하는 꼴?

이 사건 초기에도 서구 언론들은 확인도 않은 채 섣불리 알카에다 등 이슬람 테러집단의 연관성을 언급하며 추측 보도를 내보내 문제가 되고 있다. 서구 언론들은 테러 전문가, 안보 전문가들을 동원해 이슬람 근본주의를 들먹이며 오보를 쏟아냈다. (<미디어 오늘=""> 참조)

뉴욕타임즈 - ''''문명의 충돌''''워싱턴 포스트 - ''''이슬람 테러리즘의 결과다. 미국의 국방예산을 줄여서는 안된다''''

당연히 우리 언론들도 <알카에다의 보복일="" 가능성="">, <현지 언론은="" 국제="" 테러조직="" 알카에다의="" 테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등의 보도를 내놓았다. 이에 대해 <알자지라> 방송은 ''''언론들의 보도태도가 편협하고 광신적인 믿음이 주류 언론을 장악하고 있음이 드러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미디어 오늘="">이 인용한 가디언 칼럼니스트 찰리 브루커의 질책은 몹시 아프다. ''''아장아장 걷는 아이가 헬리콥터 작동방식에 대해 가설을 세우는 꼴......''''

노르웨이는 우리에게 너무 먼 나라이고 그 나라의 정치사회적 이슈 및 보수우익에 대한 연구도 극히 미미하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 자원도 찾기 어려운 만큼 현지 교민 1~2명의 코멘트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보도는 당분간 신중해야 한다. 노르웨이 관계 당국의 공식 코멘트가 없는 외신 보도내용 역시 맹목적으로 인용해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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