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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김현정의>지난 주말 공공기관 100곳에 대한 경영평가가 발표됐다. 그런데 우수기관장으로 꼽혀 칭찬을 들은 사람 중에 정치인 낙하산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대부분 민간기업 출신이거나 내부발탁 인사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주목받았다. 한편 ''미흡'' ''아주미흡''으로 최하등급을 받은 11명 중 7명이 인맥 중심의 낙하산 인사로 나타났다. 경영성과가 나빠 ''미흡'', ''아주 미흡'' 평가를 받은 공기관장들을 살펴보자.
◈ 성적 미달 낙하산 공기관장 열전△도로교통공단 이사장: K대 정치외교학과 출신. 경찰 출신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당시 서울광장 봉쇄와 덕수궁 분향소 철거 ''유공자''이다. 임명된 지 몇 달 되지않아 억울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그 전임자를 보자. 역시 K대 경영학과를 나온 같은 경찰 출신 J씨였다. 선후배 간에 적당히 나눠 책임을 지도록 해야할 것이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 이사장: K대 농경제과 출신.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 후원단체 ''희망세상 21''에 적극 참여, 모임 사회도 맡아보며 열심히 폴리페서로 나서 한 자리 얻은 인물이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 사장: K대 경제학과 졸업. 이명박 후보 선대위 직능정책본부 부본부장 출신이다.
△한국기술교육대학 총장: K대 법학과 졸업. 노동법 전공인데 기술교육대 경영을 맡더니 실적은 낙제라고 한다.
△한국사학진흥재단 이사장: 광주전남지역에서 ''이명박 인물론, 대세론''을 펼치며 고군분투한 공로로 자리를 하사받았으나 2회 연속 ''미흡''으로 무능력을 증명했다.
미흡 평가 11명 중 7명이 선거운동, 학연 등을 중심으로 한 최고 권력자의 측근 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청렴이고 공기관 선진화인가? 이들은 무능했지만 뇌물 안 받고 횡령한 적도 없으니 청렴했다 치자. 이들을 마구잡이로 내려 보내 정부 투자와 정부 출자, 직접 지원 등으로 국민혈세를 날려버린 책임은 누가 지는가 말이다. 이런 난맥상을 빚은 것이야말로 청렴치 못하고 기강을 어지럽힌 행위로 봐야 한다.
◈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하라?이명박 대통령은 "이제 일류 국가가 되려면 오랫동안 누적된 관습을 타파해야 한다"고 며칠 전 강조했다. "부정비리 문제가 시끄럽고 복잡해도 단호하게 할 것이다. 단호하게 할 생각이 없었으면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나 부정비리 뿌리 뽑는 것, 복잡하고 시끄럽지 않을 수 있다. 우리 사회처럼 오랫동안 중앙집권, 중앙집중이 굳어져 1인 권력체제로 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권력의 맨 위부터 자기 사람, 자기 것 안 챙기면 그것이 해결의 최우선이자 최고이다.
자격 없고 전문성 없는 낙하산 인사들을 다 내보내고 다시 안 내려 보내면 된다. 청와대부터 여당부터 지키면 된다. 청와대, 여당이 낙하산을 취급 않고 감시한다면 감히 누가 낙하산 타령을 하겠는가. 그런데 그 기대가 허망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례들이 최근 발생하고 있다.
▲16일 임명된 한국도로공사 사장 장 모씨. 서울시 행정2부시장으로 청계천 사업을 담당했던 인물이다. 한반도대운하연구회 대표를 거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경부대운하 팀장을 맡았던 최측근이다. 대운하는 청계천에 비하면 쉽다고 발언해 주목받은 그 인물이다. 절차야 공모절차대로 밟았다지만 공모 전부터 이 사람이 내려온다고 소문이 파다했고 보은 낙하산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왜냐고? 청계천, 경부대운하... ''물길 담당''하던 사람이 느닷없이 ''고속도로 담당''으로 등장했는데 누가 전문성을 갖췄다고 하겠는가. 얼마 전에는 한국전력공사 사외이사 노릇도 잠깐 했다. 길 따라 가는 인생이긴 허다. 물길 따라, 전기 줄 따라, 고속도로 따라….
▲관료 낙하산 없앤다고 해 다들 몸조심하니까 정치인이 직접 스카이다이빙으로 내려가려는 낌새도 있다. 기업은행 감사 임기가 이번 주에 끝난다. 다음에 이 자리로 올 사람은 금융감독원도 감사원도 아닌 ''청와대 국민권익비서관''이 유력하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 선거외곽조직이던 국민승리연합의 기획위원장,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거쳐 민원제도개선비서관, 국민권익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기업은행이면 금융 아니면 비즈니스 프랜들리 전문가여야지 웬 민원처리 전문가?
▲한국전력공사 사장도 임기가 다 되어간다. 아직 공모 일정이 나오진 않고 있는데 역시 낙하산 소문이 돌고 있다. 청와대가 밀어서 국정원에서 내려간다는 내용이다. 이것이 그저 권력 눈치 보는데 민감한 사람들이 괜히 퍼뜨린 헛된 소문이길 바란다.
▲낙하산을 치우지 않고 계속 두는 것도 낙하산이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은 다음 달 중순 임기 만료이다. 안택수 씨. 한나라당 대변인을 거친 3선 국회의원으로 18대에 낙선하고 낙하산으로 내려 와 있는데 최근 1년 더 머무른다는 풍문이 돌고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금융감독원에 들러 "어디 낙하산 감사로 가고 그러는가, 이런 전관예우가 너무 번져 있어" 라고 야단치는 통에 금융감독원 출신 이 모씨는 신한은행 감사로 내정됐다가 찔끔해 자진사퇴했다. 그런데 기업은행 감사에 청와대 낙하산이 내려간다면 ''언론 보도용 야단치기''를 따로 연출하는 것도 아니고 무엇인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백서에도 "공공기관 코드인사 연결고리를 해체하겠다"고 나와 있는 것처럼 ''낙하산 배격''은 출범할 때 약속한 사항이다.
◈ 회색은 검어질 뿐 다시 희어지지 않는다환경부가 왜 환경훼손이 엄청난 커다란 국책사업 앞에만 서면 소심하게 뒷전으로 물러나는가? 그것은 최고 권력층이 기업친화, 비즈니스 프랜들리에 토목건설 프랜들리로 가다보니 감히 그 앞에서 ''환경 파괴 때문에 곤란하다''는 말을 못하고 타 부처 장관들한테 이 사업은 ''미친 짓''이라고 삿대질도 못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실세 권력이 측근 프랜들리 챙기기로 낙하산을 내려 보내면 공직사회 현장에서는 ''특혜 없는 공정사회''란 말은 곧 ''위선 떠느라 하는 소리'' 가 되고 ''측근만 챙기는 더러운 세상''이라하면 ''있는 그대로 이야기하는 정직한 소리''가 되는 것이다.
"회색은 검어질 뿐 다시 희어지지 않는 법이다."
특혜와 편법, 비리로 특권을 누리고, 그 광경을 지켜보며 눈치와 적응을 배워 더 이상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시 처음의 초심으로 돌아가기 어렵다. 올해 말까지 기관장, 감사 등을 합쳐 임원자리 1,000개가 바뀐다. 이 나라를 꺼멓게 칠하지 않기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