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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부림치다 죽어가는 아들 손을 누가 잡아나 줬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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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성뇌수막염으로 사망한 노우빈 훈련병 아버지 인터뷰 <김현정의 뉴스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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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몸부림치다 죽어가는 동안 누가 아들 손 한번 잡아줬겠습니까."

지난 4월 24일 급성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육군훈련소 노우빈 훈련병의 부모는 건강했던 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서 돌아오자 그저 오열할 수 밖에 없었다. 훈련소로부터 뒤늦게 아들의 상황을 듣고 병원에 도착한 아버지 노동준 씨와 아내는 의식을 잃은채 눈에 핏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 하는 아들을 보며 에이는 가슴 대신에 아들의 손을 틀어쥐었다.

"의식이 없는 아들의 손을 꽉 잡고 흔드니까 우리 손을 두 번 꽉꽉 잡으면서 신호를 보내더라고요. 순간 의식이 돌아왔나 싶었는데, 아들이 뭔가를 말하려했지만 인공호흡기로 거품만 나오고...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지..."

노우빈 훈련병의 아버지 노동준 씨는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숨을 거두는 순간까지 고통스러워했던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잊을 수 없을 거라고 했다. 노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아들의 마지막 모습을 아프게 기억해냈다.

지난 4월 23일 새벽 40도의 고열 증세를 보인 논산 육군훈련소 노우빈 훈련병은 야간행군을 마친 뒤 고통을 호소하며 의무실을 찾았다. 자리를 비운 군의관 대신 의무병이 처방해준 것은 해열제인 타이레놀 두 알이 전부였다. 당직 군의관에게 보고도 하지 않았다. 결국 노 훈련병은 상황이 악화되면서 패혈증상이 나타나 건양대병원으로 후송됐지만 이튿날 오전 7시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 부모 앞으로 돌아왔다.

사인은 뇌수막염으로 인한 패혈증과 급성호흡곤란. 훈련소측은 노 훈련병이 아프다는 말 없이 야간행군에 참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 훈련병은 야간행군 2주 전부터 감기증상으로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바이러스나 세균감염에 의해 생기는 뇌수막염은 뇌와 척수를 포함한 중추신경을 감싸고 있는 뇌척수막에 염증이 생겨 38도 이상의 고열과 두통, 머리를 앞으로 굽히지 못할 정도로 고통이 뒤따른다. 노 훈련병이 처음 의무실을 찾은 이후 상당기간 고열과 두통으로 독감증상을 보였을 것으로 보이지만 훈련소측은 노 훈련병의 야간행군을 제외시키지 않았다.

아버지 노씨가 말하는 아들은 키 173cm에 몸무게 70kg의 건장한 청년이었다. 병원에도 한 번 가지 않았다는 노 훈련병이 행군 중에 이미 탈진상태여서 동료 훈련병들이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어줬다는 증언을 확인한 노씨는 훈련소의 병사관리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군을) 빠진다고 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행군에 참가한 병사들의 비율을 통계내서 서로 비교한다고 하더군요. 제가 보기엔 (행군에 참가하도록) 암묵적으로 강압적인 분위기가 있었을 것으로 봅니다."

노 씨는 군의 조사보고서를 보면 문제가 더욱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아들이 탈진한 상태로 동료 훈련병들이 도와줬다는 내용이 군 간부들에게 보고가 되지 않았다는 내용과 훈련에 참가하는 훈련병의 상태를 소대장이나 중대장이 확인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는데도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것은 심각한 직무유기라는 것이다.

육군 조사보고서는 노 훈련병이 ''행군 후 얼굴이 창백하고, 입술이 파랗고, 군장을 벗지도 못하고 침상에 기대서 호흡이 곤란한 상태였다''고 적고 있다. 이미 상당히 심각한 상태였다는 것을 훈련소 측에서도 파악했다는 증거다. 이에 대한 처방은 해열제뿐이었다.

"(탈진상태로 있을때) 앰뷸런스에 탑승만 했더라면 군의관을 만나 진료를 받았을텐데 훈련소 지구병원에 갈 때까지 군의관을 전혀 대면하지 못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군의관에게 진료만 받았더라면 우리 아이가 살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야간행군을 마치고 돌아온 노 훈련병이 해열제를 받고 취침을 했지만 그 때까지도 아무런 후속조치가 없었다는 것에 노씨는 가슴이 저렸다. 이튿날 오전에도 의무실을 찾았지만 군의관을 만나지 못한채 결국 쇼크 상태에 빠져서야 병원에 실려갔다. 소식을 들은 노씨 부부는 단걸음에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이미 노 훈련병은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그때 아이는 이미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습니다. 가보니까 이미 의식도 없고 눈에서부터 핏물이 막 나오고.... 인공호흡기를 달아놨지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노씨는 당시 아들의 상황이 돌이킬 수 없을 것 같다고 했다. 대응이 너무 늦은 것이다. 아내는 오열했다. 아들이 고통스럽게, 외롭게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에 못이 박히는 심정이었다고 했다.

"아내가 ''아이가 그렇게 몸부림치고 죽어가는 동안에 누가 손 한번 잡아주지 않고, 물 한모금 안 떠다줬을 것이고, 이마에 손 한번 안 짚어줬을 것''이라며 많이 울었습니다."

노씨 부부는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마지막 힘을 다해 자신들의 손을 꽉 잡아주던 모습을 잊지 못할 거라 했다. 너무 가슴이 아파 그 모습을 생각하면 앞으로 살아갈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고 했다.

노씨는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목이 메였다. 더욱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며 입대했던 아들이 피를 흘리며 몸뚱이가 싸늘하게 식어갈 때까지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던, 그저 애처로운 마음으로 아들의 손 밖에 잡아주지 못했던 아버지의 안타까움을 노씨는 끝내 다 토해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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