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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 낙하산도 낙하산'' 금감원 출신 감사 재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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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욱의 기자수첩] 증권사 주총, 이사·감사 임명 앞두고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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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고품격 뉴스, 세상을 더 크고 여유로운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기자수첩 시즌2''에서는 정의롭지 못한 것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편집자 주]

1. 3박자, 4박자 ..... 축복은 계속된다

흔히 금융감독원은 3박자 축복을 받았다고 말한다. 연봉 좋고, 돈 주무르는 금융권 위에서 떵떵거리고, 일 끝내면 낙하산으로 금융회사에 내려가 편안한 노후 보내고 - 돈과 권세와 노후보장까지 3박자 축복이라는 부러움 섞인 시샘이다. 그런데 저축은행 비리로 구속된 금융감독원 임직원들이 퇴직금은 100% 챙겨 나간다는 소식까지 있어 다들 경악.

공무원이 비리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금고 이상)받거나 파면되면 퇴직금이 반토막 난다. 파면이 아니고 해임에서 끝나도 그것이 금품 수수 때문이면 마찬가지다. 퇴직금은 본인이 내는 것이 절반, 소속 기관이 부담하는 게 절반인데 소속기관인 정부가 부담하는 걸 받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직원들은 신분상 절반은 공무원, 절반은 민간인인 어중간하고도 기묘한 처지에 놓여 있다. 특히 퇴직금에 대해서는 공무원연금법이 아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의 적용을 받는다. 민간인으로서의 퇴직금을 법으로 보장했으니 비리를 저지르면 절반으로 꺾는다는 공무원 퇴직금 감면규정에서 빠져 나갈 수 있는 것이다. 2000년 퇴직금 누진제 폐지 때 벌어진 일이다. 들키지 않고 뇌물까지 챙길 수 있다면 축복의 종결자가 되는 셈.

2. 라이''''은'''' 일병 퇴직금 구하기

감사원 소속이었던 은진수 감사위원도 퇴직금은 모두 챙길 수 있게 됐다. 공무원에게 수사나 형사재판이 진행되면 퇴직수당을 일단 지급정지 시킨다. 그러나 은진수 감사위원은 검찰 수사가 시작되기 전 비리에 대한 정보가 흘러나오면서 바로 사표를 제출하고 대통령이 즉각 수리했기 때문에 검찰수사가 공식적으로 시작되었을 때는 전직 공무원, 즉 민간인 신분으로 바뀌었다.

대통령 훈령 상 비위사실을 조사받고 있는 중에는 사표를 제출해도 사표를 수리하지 않도록 되어 있다. 며칠 뒤면 구속될 만큼 무거운 비리가 드러나고 본인도 변명 없이 어느 정도 인정한다면 사표는 수리하지 않았어야 한다. 대통령이 대통령 훈령을 어겼다는 비판은 그래서 나오는 것. 또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실까지 내려가 엄히 처벌하라고 질타했다지만 엄히 처벌하려면 퇴직금도 묶어놔야지 퇴직금 보장되도록 사표부터 수리하고 비서실로 가 호통쳤다면 그 진정성은 감쇄될 수밖에 없지 않은가. 측근 비리가 터진 그 경황 중에도 대통령 측근이라고 복지혜택까지 꼼꼼히 챙긴 청와대의 복지안전망이 놀랍다. 노동자가 연봉도 많이 받으면서 파업이라니 이해할 수 없고 안타깝다고 한다. 그렇다면 연봉이 억 넘고 재산이 수십억이고 노후보장도 튼튼한 권력측근과 고위공직자가 뇌물을 챙기는 건 도대체 뭔가? 파업은 헌법이 보장한 쟁의행위이다, 뇌물수수는 무슨 법이 보장하고 있는가?

3. 헌 낙하산도 엄연히 낙하산

요즘 증권사들의 주주총회가 열리고 있다. 임기가 다한 임원들을 교체하는 시기이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만 생각하고 있던 증권사들이 금융감독원에서 낙하산을 안 보내겠다고 하니 고민에 빠졌다. 그래서 짜낸 방안이 임기만료된 금융감독원 출신 감사를 한 번 더 쓰는 재활용.

지난 27일 7개 증권사 주총 결과 중 감사 선임을 살펴보자,

대신증권 - 금감원 출신 황00 감사 재선임동부증권 - 금감원 출신 김00 감사 재선임신영증권 - 금감원 출신 김00 감사 재선임한국투자증권 - 금감원 출신 김00 감사 재선임현대증권 - 금감원 출신 임00 감사 재선임

이쯤 되고 보면 3년 전에 증권사 감사로 낙하산 탄 금감원 출신들은 후배들에게 떠밀려나지 않고 3년 더 보장받는 대박이 터진 셈이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

사실 금융사 경영 감독을 잘하기로 치면 금융감독원 출신들이 가장 전문이다. 이걸 왜 걱정해야 하는 지 안타깝다. 이명박 대통령도 ''''감독 경험이 있기 때문에 어느 사람보다 더 능력을 발휘할 수도 있지만 불행하게도 그동안 경험과 경륜을 대주주 비리에 보탰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력한 의지와 분노를 보면서도 왜 증권사들은 금감원 출신 감사를 계속 앉히려 기를 쓰는가? 역시 회사와 경영진에 대해 깐깐히 감사해 사익에 도움이 되기 때문에? 아니면 레임덕이라고 대통령의 뜻을 무시하는 것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금은 저래도 며칠 지나면 다 흐지부지 되고 옛날처럼 되는 거야.'''' 라는 통찰력?

2007년 11월, <금융감독원은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제고를="" 위해="" 상장법인에="" 도입된="" 사외이사="" 제도가="" 여전히="" 제구실을="" 못해=""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래서="" 강구해="" 낸="" 것이="" 사외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권장한다.="" 안건에="" 대해="" 찬성="" 거수기="" 노릇만="" 하지="" 않도록="" 사외이사="" 세부="" 활동에="" 대한="" 공시를="" 강화한다......=""> 이렇게까지 했던 금감원이 지금 저 상태인 것을 보면 증권사들의 ''''금감원 출신 감사 고정''''은 통찰력이 아니라 학습효과로 볼 수 있다.

증권사들 오늘 낼 모레 계속해서 주주총회를 열어 이사와 감사를 임명한다. 어디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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