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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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권력 후계자인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의 중국방문설이 연초부터 계속되고 있다.
한때 4월말에서 5월초 사이에 방문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도 있었지만 일단 아닌 것으로 판명이 됐고 또다시 방중시기를 놓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다.
그런데 김정은의 방중을 놓고 언론의 초점이 방중시기에만 지나치게 맞춰지고 있는 게 사실이다.
북한의 차기권력자인 김정은이 최대 우방국이자 경제 개혁개방의 성공 모델인 중국을 방문해 누굴 만나고, 어떤 주제를 놓고 얘기를 하게 될 것인지, 어떤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지 하는 부분은 사실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하나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 있는데, 바로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때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할 거냐는 것이다.
비행기를 탈것인 지, 과거 김정일위원장의 방문 때처럼 열차를 이용할 것인지가 현재와 미래의 북중관계를 가늠해볼 수있는 중요한 관전 포인트란 얘기이다.
13일
는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를 탈까?, 열차를 탈까?…그것이 왜 중요한 지''''를 짚어보도록 하겠다.
▶김정은이 비행기를 타고 오느냐, 아니면 열차를 타고 오느냐가 중요한 관전 포인트란 얘긴데…왜 그런가?
=어떤 교통수단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흔히 혈맹관계로 표현되는 북중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로 볼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친한 이웃 국가라지만 전용열차를 타고 방문을 하게 되면 비행를 이용한 방문보다 경호문제 등을 포함해서 절차가 아주 복잡해 진다. 철도의 다른 열차운행을 포함해 철로 주변 도로변의 모든 교통도 통제되고 경호를 위해 공안국과 교통경찰이 모두 동원될 뿐 아니라 행인들의 통행도 차단된다.
외국 국가원수의 방문은 환영할만 하지만 상대국이 겪는 불편이 너무 지나친 것이다.
거기다 방문 준비과정에서부터 귀국할 때까지 적어도 일주일에서 열흘 이상 열차 여객과 화물운송에 차질을 빚게 된다.
김정은 방중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번에 만약 비행기를 타고 중국을 찾는다면 그것은 과거의 북한과 중국의 관계가 특수 혈맹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대 국가의 관계로 복원 됨을 의미한다고 봐야한다.
▶그러고 보니 김정일 위원장의 경우 중국을 방문할 때는 거의 특별열차를 이용하지 않았나?
=김정일 위원장은 중국이나 러시아 등 인접국을 방문할 때 비행기 대신 열차를 이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위원장이 1994년 북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뒤 지금까지 중국을 방문한 횟수는 지난해 5월과 8월 2차례를 포함해 모두 6차례였는데 모두 특별전용열차를 이용했다. 특별히 열차만을 고집하는 이유야 따로 있겠지만 상대국 입장에선 이게 상당한 부담이다.
이러니 중국 입장에선 열차를 이용한 방문이 달가울 리가 없다.
이전에는 흔히 혈맹으로 표현될 만큼 북중관계의 특수성도 있고 하니 마지못해 용인했지만김정은 시대부터는 그런 불편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을 보는 중국의 눈이 예전같지 않다는 얘기가 되는 것인가?
=지난해 9월 김정은이 인민군 대장 칭호와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으로 등극하면서 사실상 후계자로 떠올랐을 때 중국인들의 반응은 차가웠다.
당시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북한의 부자 3대세습에 대해 황당하고 어이없다는 반응 일색이었다. 그리고 외부로 표출되지는 않았지만 중국 내 공산당과 정부, 학계에서도 사회주의 국가의 3대 세습을 어떻게 볼것인 지에 격렬한 토론이 있었고 반론도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천하의 대의명분을 얘기하고 미국을 향해 냉전적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어떻게 북한의 비정상적인 권력세습을 지지하고 용인할 수있는가에 대한 논란이었다.
이렇게 까지 하면서 북한을 끌어 안아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과 반발이 상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말이 나온김에 김정일 위원장이 열차만을 고집하는 이유, 어떻게 봐야 하나?
=김정일 위원장은 1994년 김일성 주석 사망으로 최고지도자 자리에 오른 이후 2000년과 2001년, 2004년, 2006년, 그리고 지난해 5월, 2010년 8월 이렇게 모두 6차례 방중했고 모두 특별전용열차를 이용했다.
김위원장의 이런 특별한 기행은 국제적으로도 늘 화제가 됐다.
고소공포증이 있다거나 특별히 열차 여행을 좋아한다는 추측들도 있다.
그렇지만 북한내에서는 가끔 헬기를 이용해 지방을 시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고소공포증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고 기차여행을 좋아한다는 것도 상대방 국가에 폐를 끼치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는가란 점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가장 설득력있는 것은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위한 거란 분석이다.
김위원장이 열차를 이용해 중국 방문길에 나서면 그의 이동경로 등을 놓고 전세계 언론이 주목하곤 했는데 자신의 외국행을 이슈화시키고 건강이상설도 잠재우는 등의 전략적인 목적 때문에 열차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 이런 김위원장의 의도를 알면서도 불편을 감수해가며 이를 용인해준 중국이 김정은에게까지 이를 허용할 것인지,
만약 김정은이 첫 중국방문에서 열차가 아닌 비행기를 이용한다면 그것은 북중관계가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으로 봐야한다.
▶중국이 북한과 더 이상 혈맹관계가 아닌 정상적인 국가관계로 복귀할려고 하는 이유는?
=중국은 이미 경제적으로 일본을 넘어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G2로 성장했다. 핵개발을 놓고 끊임없이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는 북한을 어느 정도 이해는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문제국가로 낙인찍힌 북한과의 특수관계가 이제 부담스러워졌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과거 마오쩌둥(毛澤東) 시대에 중국에게 북한은 확실히 항일투쟁과 사회주의 혁명을 함께한 동지였고 한국전쟁에서 사망.실종자를 합쳐 18만명의 인민해방군을 희생시킨 소중한 혈맹이었다.
등샤오핑(鄧小平)시대인 1992년에 한.중 수교가 이뤄지면서 북한에 충격을 줬지만 그래도 혈맹관계는 지속됐다.
그렇지만 등샤오핑 사후 장쩌민(江澤民) 시대로 넘어오면서 북중간 밀착도는 크게 약화된다.
북한이 더 이상 중국의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채라는 사실을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칭화대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고 테크노크라트(technocrat)로 평가받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로 접어들면서 북한을 혈맹으로 보는 감정적, 정서적 친밀도는 더욱 약화되게 됐다.
테크노크라트 출신의 후진타오 주석 시대 중국과 북한간의 관계는 혈맹의식은 줄어드는 대신 문제만 없도록 관리하면 되는 관계로 많이 약화됐다는 게 정설이다.
▶20대인 김정은이 중국에 온다면 노회한 후진타오 주석이나 시진핑 부주석이 그를 제대로 상대해줄까 점도 의문인데...
=김정은의 정확한 나이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1983년생이란 얘기도 있고 84년생이란 얘기도 있다.
그래봐야 한국나이로 28살 아니면 29살이다. 후주석이 1942년이니까 올해 만 69세이다. 향후 10년간 중국을 책임질 차기 권력자 시진핑은 아직 젊지만 그역시 1953년생이니까 만 58세이다. 아직 앳된 모습의 김정은이 후주석이나 시진핑 부주석과 만나 나란히 서서 악수를 나누고 환담하는 장면을 상상해보자.
나이차도 나이차지만 G2의 국력을 갖춘 세계 초강대국 반열에 오른 중국의 최고지도자가 정통성에서 의문이 있는 세습정권의 차기권력자를 국제무대에 첫 공식 등장시키는 역할을 맡는다는게 그다지 반가울 것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베이징 외교가의 한 관계자가 얼마전 이 문제에 대해 중국 정부 고위관료와 나눈 얘기를 전해줬는데...
중국은 나이 문제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많은 주변국가들과 관계를 맺어오는 과정에 그런 일들이 적진 않았기 때문에 중국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익이고 주변국가의 정치적 안정이기때문에 그런차원에서 김정은의 나이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은의 중국 방문이 당초 4월말~5월초에 이뤄질 거란 전망이 많았는데…결국 이건 틀린 얘기가 됐다?
=올해초부터 계속 설들이 난무했었고 구체적으로 4월말~5월초 방중설이 유력하게 나돌았는데 이건 틀린 것으로 판명이 났다.
그렇지만 김정은의 방중설은 시기만 늦춰진 채 계속되고 있다.
지재룡 주중 북한 대사가 최근에 중국 최고위층을 잇따라 만난 것을 놓고도 김정은 방중준비 작업이란 추측이 제기되고 있다.
그렇지만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한다면 국제무대 첫 공식 등장이된다는 점에서 좀더 전략적으로 시기를 조율할 거란 전망도 있다. 중국 정법대 문일현 객좌교수는 남북 관계가 경색돼 있고 북핵 6자회담도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최근의 한반도 주변 정세를 감안할 때 김정은 부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르다고 분석했다.
문교수는 김정은의 첫 국제무대 공식등장이 될 중국방문은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가시적 진전이 나타나고 남북관계가 지금보다 완화된 상황에서 이뤄질 거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