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f
4.27 재보선 승리도 잠시. 민주당에 ''한·EU FTA 비준안 처리''를 둘러싼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졌다.
먹구름의 진원지는 역설적이게도 지난 1년간 당을 진두지휘하며 야당의 존재감을 드러내는데 앞장선 박지원 원내대표였다.
지난 2일 여야는 한·EU FTA 비준안과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를 강화한 유통법, 피해보전직불제법 개정안을 동시에 처리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이같은 여야 합의 이후 야권내에서 강한 반발 기류가 형성되면서 자연스레 박 원내대표의 입지가 크게 좁아진 것이다.
돌이켜보면 지난달 28일 한·EU FTA 비준안이 상임위를 통과했을 때도 분위기는 사뭇 묘했다.
상임위에 앞서 28일 오전에 열린 민주당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한·EU FTA와 관련한 외통위 간사인 김동철 의원의 보고가 끝난 뒤 농림위 위원장인 최인기 의원이 ''농축산 대책에 대해 할 말이 있다''고 나서자 이를 제지한 사람도 박 원내대표였다는 것이다.
당시 박 원내대표는 "외통위에서 통과시키지 않을테니까 걱정하지 말라"며 최 위원장에게는 발언 기회 조차 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원내대표의 얘기와는 달리 그날 한·EU FTA 비준안은 상임위를 가볍게 통과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의 한 의원은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임기말인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박지원 원내대표의 이해 못할 행동은 이에 그치지 않았다.
박 원내대표는 지난 3일 기자간담회에서 "저는 4.27 재보선 협의에 의한 야4당 정책합의문을 어제서야 봤다"면서 "(합의문) 내용을 보면 굉장히 좋은 것이지만 민주당에게는 현실이 있다"고 말했다.
야4당 정책 합의문에는 ''한·미 FTA 재협상안 폐기와 전면적 검증 없는 한·EU FTA 비준 저지''가 명시돼 있다.
박 원내대표의 발언에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국민참여당이 즉각 반발한 것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야3당은 논평 등을 통해 "민주당이 말하는 야권연합이 ''말로만 연합''이었다는 사실을 드러났다"며 "합의문을 어제 봤다는 발언은 다른 야당은 무시해도 되는 존재라는 발상이 깔려 있다"고 공분했다.
최고위원 9명중 7명이 한·EU FTA 비준안 처리에 반대의사를 표시한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는 "7명이 반대했지만 나는 찬성 입장을 냈고 그것이 내 소신이었다"며 "다만 의총 결과를 보고 그 뒤에는 ''선당후사''의 자세로 따르겠다"고 몸을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