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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뉴스] 미국은 왜 빈 라덴을 생포하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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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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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9.11테러를 배후조종한 알 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미국 특수부대의 기습작전에 의해 사살되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테러와의 전쟁''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미 정보당국의 끈질긴 추적에도 불구하고 지난 10년동안 생사여부는 물론이고행방조차 묘연했던 빈 라덴이 결국 최후의 순간을 맞이한 것이다.

빈 라덴의 시신은 바다에 수장됐고, 그의 아들도 숨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국민적 환호 속에 ''''정의가 실현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아랍권을 중심으로 반미 정서가 고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고, 일각에서는연쇄 보복테러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한편 오바마 미 행정부는 그동안 빈 라덴을 생포하는 데 초점을 맞춰 왔다.그런데 왜 미국은 생포 대신 사살을 선택했을까...또 미국이 빈 라덴의 사체를곧바로 수장한 만큼 사살당한 사람이 과연 빈 라덴인지도 궁금할 뿐이다.

3일 는 ''빈 라덴 미스테리''를 짚어본다.

▶ 군사작전을 통해 생포가 아닌 사살로 끝이 났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입장과 생각이 바뀐 것인가?

= 어제 미국 전역에 TV로 생중계된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성명 내용에서도 나타났는데,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 중앙정보국(CIA)에 빈 라덴을 생포하거나 사살하는 것을 알 카에다와의 전쟁에서 ''''최우선 순위''''에 두도록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오바마는 이번에 빈 라덴의 은거지에 대한 확실한 정보를 입수한 뒤 자신이 승인했던 군사작전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빈 라덴을 붙잡아 정의(법정)의 심판을 받게 하는 작전(an operation to get Osama bin Laden and bring him to justice)''이라고.

말대로라면 빈 라덴의 생포에 무게를 둔 언급인 셈이다. 실제로 존 브레넌 백악관 안보담당보좌관은 오늘 브리핑에서 ''''당초 빈 라덴을 생포하려 했지만 그가 저항했고, 교전이 발생하면서 빈 라덴을 사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미군의 이번 기습작전은 어둠이 깔린 깜깜한 새벽 1시 15분에 개시되긴 했지만 헬기 넉대와 20여명의 특수부대 요원들이 동원된 40분간에 걸친 사실상의 ''''공개적인'''' 작전이었다. 당연히 치열한 교전이 발생한 것이고, 작전에 투입된 미군 헬기 1대가 빈 라덴 측의 추진식 유탄발사기에 맞아 추락한 것도 이 때문이다.

즉, 미국은 이번 군사작전 개시 이전부터 빈 라덴을 생포하는 것보다 사살하는 데 목표를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오바마 행정부가 빈 라덴을 사살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보당국은 올해 초 빈 라덴의 은신처를 최종 파악한 후 이곳을 B-2 스텔스기를 동원해 폭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폐기했다.

왜냐하면 은신처를 폭격했을 경우 건물이 완전히 파괴되기 때문에 빈 라덴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DNA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이같은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은 특수부대을 투입해 빈 라덴을 확인 사살하는 작전을 수립하도록 지시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특수부대 요원들은 아프간의 바그람 공군기지 인근에 빈 라덴의 은신처와 동일한 시설을 만들어 지난달까지 가상훈련을 실시하면서 실전 투입에 대비해왔다.

▶ 미국민들의 정서도 빈 라덴을 사살하는 쪽에 더 기울어져 있지 않았나?

= 그동안 미국 정치권, 특히 보수 강경성향의 공화당은 미국이 현재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전시 상황이라는 점을 민주당과 오바마 행정부가 간과하고 있다고 지적해왔다.

예를 들면 오바마 행정부는 지난해 관타나모 기지에 수용돼 있는 다섯명의 9.11 테러용의자들을 군사법정이 아닌 민간법정에 세우겠다는 입장을 밝혀 공화당의 거센 비난을 받았는데, 결국 군사법정에 세우기로 입장을 번복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던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입장도 거둬들였다. 지금이 전시 상황인 만큼 테러범을 단순히 범죄 피의자가 아니라 전시의 적(敵)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미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에릭 홀더 미 법무장관도 지난해 3월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빈 라덴이 생포돼 미국의 법정에 서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홀더 장관은 ''''빈 라덴은 우리의 공격으로 죽거나 미군의 포로가 되는 것을 막으려는 동료들에 의해 살해될 것이기 때문에 그가 산 채로 붙잡힐 가능성은 극히 적다''''고 말했다.

홀더 장관은 또 ''''생포된 알 카에다의 지도자가 아니라 그의 시신에 대고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등의) 미란다 원칙을 읽어주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이라크 사담 후세인의 경우는 미군에 생포됐다가 재판과정을 거쳐서 교수형에 처해졌는데, 이번 오사마 빈 라덴의 사살에도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가?

= 사실, 미국이 이라크를 침공했던 명분은 후세인 정권이 대량살상무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정보는 당시 부시 행정부의 주장이었을 뿐 지금까지 공식 확인된 것은 없다. 더 큰 논란은 미군의 추적을 피해 도망다니던 후세인이 2003년 12월 미군에 생포됐고, 3년 뒤인 2006년 12월 30일 처형되면서 불거졌다.

후세인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는 순간을 담은 2분40초 분량의 휴대폰 동영상이 사형 집행 이틀만에 공개되면서 미국의 도덕성이 실추된 것이다. 처형 당시 휴대폰 동영상은 사실상 후세인에 대한 공개적인 살인행위로 비춰졌고, 로마 교황청은 ''''후세인의 처형은 정의를 재건하는 방법이 아니라 복수를 조장하고 새로운 폭력의 씨앗을 심을 것''''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미국 언론들조차 ''''후세인을 범죄자에서 순교자로 만들었고, 후세인의 처형을 공정한 재판이 아닌 승리자의 보복으로 인식되도록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번에 미국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한 것도 그를 생포해 국제법이나 광역의 합법성을 가진 법원에서 오랜 기간 재판과정이 진행될 경우 논란이 증폭되고, 이슬람 과격세력과 테러단체들의 보복공격이 이어질 가능성도 큰 만큼 미 정부 입장에서는 생포에 따른 정치적 효과나 이득이 그리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지난해 8월부터 빈 라덴의 은신처에 대한 믿을만한 정보를 확보한 미국으로서는 충분히 그를 생포할 수도 있었지만 이 카드를 버린 것으로 볼 수 있다.

▶ 미국이 빈 라덴의 시신을 매장하지 않고 바다에 수장하는 등 ''''속전속결''''에 나선 것은 어떻게 해석할 수 있나?

= 미군 특수부대에 의해 사살된 빈 라덴의 시신은 불과 12시간만에 바다에 수장됐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미군은 파키스탄에서 사살된 빈 라덴의 시신을 아프간으로 옮겨 아라바아해에 수장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미국 당국이 빈 라덴의 시신을 수장한 이유는 우선은 그의 추종세력들이 시신을 탈취하는 일을 사전에 막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또 빈 라덴의 시신을 특정지역에 매장할 경우 그 곳이 마치 ''테러리스트의 성지''로 변질될 우려를 감안한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빈 라덴이 무슬림이기 때문에 24시간내에 매장해야 하는 이슬람 전통에 따라 염을 포함한 간단한 의식을 거쳤다고 설명하면서도 그의 시신이 수장된 곳이 어느 바다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이같은 속전속결 행보는 이른바 ''''빈 라덴 흔적 지우기''''를 통해 앞으로 예상되는 아랍권의 반미정서 확산을 경계하려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런데, 일각에서는 빈 라덴이 사살된 것이 확실한가라는 의문점을 제기하기도 하는데?

= 우선 미국이 빈 라덴의 사체를 수장했기 때문에 수장당한 사람이 빈 라덴이 맞는지 확실치 않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CIA의 안면인식기술과 빈 라덴의 여동생 DNA샘플 감식을 통해 빈 라덴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빈 라덴의 여동생 가운데 한 명이 미국 보스턴에서 뇌종양으로 숨졌는데, 미 정보당국이 나중에 빈 라덴의 신원을 확인해야 할 경우에 대비해 여동생의 뇌세포 조직에서 DNA를 확보해뒀다는 것이다.

다만 미 국방부는 오늘 브리핑에서 DNA 대조에 동원된 가족이 누구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 빈 라덴의 은신처에서 체포된 빈 라덴의 아내도 그의 신원을 확인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빈 라덴이 사살된 확실한 증거인 그의 사체 사진을 공개할 지 여부를 놓고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온갖 억측을 해소할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인데도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빈 라덴이 죽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부인하는 근거를 갖지 못하도록 모든 것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공개할 정보에 사진도 포함할지 여부는 논의돼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 내부에서는 빈 라덴의 사체 사진을 공개할 경우 정보 소스를 노출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 머리와 안면에 총상을 입은 빈 라덴의 사체 사진을 공개하는 것도 부적절하다는 판단도 있다는 후문이다.

▶ 그리고 또 한가지 의문점은 빈 라덴의 은신처인데, 파키스탄 정부 군사학교와 인접해 있는 곳의 최고급 맨션으로 확인되지 않았나? 파키스탄 정보당국의 보호없이는 불가능했다는 관측도 있는데.

= 빈 라덴의 소재지가 마지막으로 파악됐던 것은 2001년 9.11테러 사건 발생 3개월 후였다.

당시 미 정보당국은 빈 라덴이 아프간 북서부 산악지대인 토라 보라 동굴에 은신해 있다는 정보를 확신하고 대규모 공습을 감행했지만 빈 라덴의 행보는 오리무중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고위 관계자가 색다른 주장을 제기했다. 빈 라덴이 동굴이 아닌 집에서 파키스탄 정보요원들의 보호를 받으며 비교적 안락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파키스탄 정부당국은 이같은 주장을 전면 부인했지만 이번 미국의 군사작전을 통해 드러난 빈 라덴의 은신처는 파키스탄의 군사시설이 인접한 곳으로 파키스탄 군사학교에서 불과 100미터 떨어진 지역이었다. 특히 빈 라덴의 은신처는 100만달러로 추정되는 호화맨션으로 철조망이 붙어있는 5미터 높이의 외벽과 내벽에 둘러싸여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즉, 일각에서 제기돼 온 파키스탄 정보당국의 ''''빈 라덴 보호설''''이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대목인 것이다. 일부 미국 언론들은 빈 라덴의 은신처로 쓰인 맨션은 과연 누구의 소유이고, 어떻게 빈 라덴이 그 곳에서 생활할 수 있었는지 모든 것이 의문점 투성이라고 전하고 있다.

▶ 빈 라덴 사살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 가도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미국을 상대로한 과격단체의 보복테러 가능성도 나오고 있지 않나?

= 빈 라덴이 미군에 의해 사살됐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성명이 나온 뒤 미국민들은 열렬히 환호했다. 사실 9.11테러는 미국민들에게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었다.

이제 반미, 반서방 테러를 주도해온 빈 라덴이 사살되면서 미국이 주도해온 ''''테러와의 전쟁''''도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더욱이 내년 대통령 선거에 재선 도전을 선언한 오바마로서는 ''''미국의 최대의 적''''을 사살함으로써 지지율 상승을 비롯해 정치적 입지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랍권 언론들이 내놓은 분석과 전망처럼 빈 라덴의 죽음이 반미 테러리즘의 종말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알 카에다가 추종 자생조직들로 전 세계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만큼 동시 다발적인 새로운 테러를 감행할 우려가 더 커졌다.

실제로 빈 라덴을 추종해온 이슬람 근본주의 단체들은 일제히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다짐하고 나섰다. 미국은 전 지역에서 보복테러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자국민들에게 위험지역 여행경보를 내렸으며, 지하철과 공항,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경계태세를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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