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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애플이 삼성전자의 갤럭시S, 갤럭시탭 등이 자사 제품을 모방했다며 소송을 제기하자 삼성전자는 ''맞소송''으로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양측의 소송전이 어느 국면으로 비화할 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애플은 지난 15일 삼성전자의 갤럭시S와 갤럭시탭 아이콘 등의 디자인이 아이폰의 사용자 환경(UI)을 모방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삼성전자를 상대로 부당이득, 상표권 침해와 10건에 이르는 특허권 침해 등 모두 16건의 침해 사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삼성이 자사 제품을 모방한 사례로 연두색 네모 안에 수화기 모양이 그려진 통화 아이콘이나 사진보관함을 나타내는 아이콘의 해바라기 그림 등을 들며, "이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애플의 이번 소송이 삼성전자가 다음주쯤 갤럭시S 2 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라이벌인 삼성전자를 견제하려는 의도가 다분하다고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 한승훈 연구원은 "애플이 이미 다른 업체들에 대해서도 제소를 같이 한 것을 고려해 큰 그림으로 보면, 후발 주자인 삼성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애플이 8천만~1억대, 삼성전자는 6~7천만대에 이를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이 애플의 뒤를 바짝 뒤쫓고 있는 것이다.
애플은 특허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 지난 2009년부터 노키아, HTC 등과도 특허소송을 벌이고 있다.
대우증권 송종호 연구원은 "이번 소송의 배경에는 소송 자체보다도 애플 제품을 사면 창의적인 것을 사는 것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애플의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이에 대해 "애플은 최대 고객사지만, 애플이 소송을 한 만큼 불가피하게 맞소송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은 통신표준 영역에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데, 애플이 우리 특허를 침해한 사례가 많을 것으로 본다"며 애플이 삼성의 통신표준 특허를 침해한 사례를 찾아 소송을 걸 계획임을 시사했다.
문제는 양측의 대응 강도다.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경우 양측 모두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애플이나 삼성전자 모두 겉으로는 강력 대응을 천명하고 있지만 전면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송종호 연구원은 "애플의 경우도 삼성이 등을 돌리면 위협받을 수 있는 만큼, 이미지를 굳히면서 차별화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고, 삼성전자 역시 기업의 이미지 때문에 적극 대응한다고는 하지만, 특허침해 소송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응할 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관계인 동시에 부품을 서로 수급하는 등 공생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삼성전자로부터 LCD(액정표시장치)와 반도체 등 총 78억달러(약 8조7,500억원)의 부품을 구입할 것으로 알려져 소니를 제치고 삼성전자의 최대 구매고객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송 연구원은 "법적 공방으로 두 회사가 얻을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소송으로 인한 두 회사의 관계 악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