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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외로운 지하철 승객, 나의 모습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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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화가, "시선의 정치", 학고재갤러리, 3.9-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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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하면 떠오르는 생각은? 서울 신도림역,사당역처럼 환승역에서 출퇴근길에 겪는 콩나물 시루같은 번잡함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에즈라 파운드는 지하철에서 느낀 인상을 ''지하철 정거장에서''라는 두 줄짜리 시로 남겼다.
"군중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나는 이 얼굴들,
까맣게 젖은 나뭇가지 위의 꽃잎들."
그 당시 검은 철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쏟아져나왔다가 금세 흩어져 버리는 상황의 등장은 마치 벚꽃 고목에서 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비가 내린 어느날 그 화사한 자태는 거의 자취를 감추고 추레한 꽃잎 몇개만 남아있는 것과 같았으리라.

화가 서용선은 지하철에서 느낀 이미지들을 화폭에 담았다. 그것도 우리의 지하철이 아닌, 뉴욕의 지하철 풍경을 그렸다. 그는 최근 2년동안 뉴욕, 호주 멜버른,독일 베를린을 여행하며 이들 도시의 거리와 매점,식당,호텔,성당 등 일상의 풍경과 이곳 사람들에게서 받은 인상을 화폭에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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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려낸 풍경의 상황은 각기 다르지만 인물들의 표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중에 정면을 똑바로 바라보거나, 밝은 표정을 지은 이는 찾아볼 수 없다.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탄 사람들의 표정을 보자. 텅빈 철로를 앞에 두고, 선 채로 기다리는 세 사람. 각기 뒷모습, 옆모습, 고개숙인 모습이다.또다른 작품에서는 한 남자가 매점에서 야한 여자들의 사진이 실린 벽면광고전단을 뒤로 한 채 무심히 앉아있다.이외에도 3명이 탄 지하철 칸에 한 남자가 의자에 외로이 앉아 있는모습, 대합실 의자에서 멍한 표정으로 앞을 향해 앉아 있는 한 남자와 바로 그 곁에서 등돌리고 앉아 있는 여자의 모습, 대합실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의 오른편에는 또다른 남자가 얼굴을 돌린 채 앉아있고 왼편 기둥에는 흑인남자가 무심히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 등이 담겨 있다. 호텔을 막 나서는 남자의 심각한 표정이 담긴 그림을 보고서, 한 관객은 "바로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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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현대인의 초상을 담은, 어두울법한 그림을 보고서 우리가 위안을 받는 이유� 어디에 있을까? 노랑색의 사용에서 느껴지는 따스한 색감이 위안을 주는 것 같다. 작가는 이 노랑색이 호주 멜버른의 자연에서 발견한 색상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사용된 녹색 역시 자연색을 반영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번 전시는 예전 작품들에 비해 밝아진 느낌이다. 단종애사 등 역사에 천착했던 작품들은 강렬하고 어두운 분위기였다. 작가는 "최근 작품에 대해 밝아졌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심리적으로 자유로워진 것이 이 그림들의 분위기에 반영된 것 같다"고 했다. 노르웨이의 화가 뭉크 역시 젊은 시절의 회색톤에서 노년에는 밝은 색 톤의 그림을 많이 그렸다. 서용선 작가 또한 자기내면의 뜨거운 혈기의 분출보다는 인간의 삶에 대한 따스한 시선으로 옮겨가면서, 우울한 주제의 작품임에도 온화함이 느껴지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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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용선 작가는 왜 지하철 풍경에 천착했을까? 그는"제 생각에 도시라고 하는 것은 이 시대 우리 모두의 욕망같은게 녹아있다고 생각한다.특히 지하철은 그 욕망이 섬세하게 담겨 있다고 본다.지하철 때문에 도시풍경이 변화하게 되고,그 변화의 과정이 과학기술과 우리욕심이 합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그러한 모습들은 우리를 보는 거울처럼 작용磯鳴� 생각한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외국의 도시를 보면서 우리가 지향하는 것과 그들이 지향하는 것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읽어내고 그림을 통해 내 자신이 판단하게 된다. 관객들도 나의 작품에서 그러한 읽기를 해내기를 바라는 것이다"고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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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작가의 전시에는 지하철 풍경 외에도 거리풍경과 에피스드를 담은 그림들이 선보인다. 폭 5미터의 브란덴부르크문은 3D 입체화면처럼 마치 현장에 서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프라하 총격''은 작가 자신이 경험했던 총격사건 현장의 충격을 담아냈다. 눈 앞에서 선혈이 낭자한 채 쓰러진 총격 피해자의 심경이 본인에게 전이되어, 그 느낌을 표현하고자 화면 아래쪽에 현장을 응시하는 얼굴을 하나 더 그려넣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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