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속사정이 궁금하다. 뉴스의 행간을 속시원히 짚어 준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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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갑자기 미국으로 떠났던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지난달 24일 돌연 귀국했다.
출국 당시 ''기획출국''설이 나돌았는데 이번에는 ''기획입국''설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야당에서는 한 전 청장과 BBK 사건의 핵심주역 중 한 사람인 에리카 김씨가 같은 시기에 귀국해 검찰 수사를 받는 것을 두고 "우연의 일치가 아니라 우연의 극치"라면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 [Why 뉴스]에서는 ''왜 한상률 기획입국설이 증폭되나?''라는 주제로 그 속사정을 알아보고자 한다.
▶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돌연 귀국 이유는 뭐냐?=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던 지난 2009년 3월 갑작스럽게 출국했다가 돌연 귀국한 한 전 청장의 귀국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다.
그러나 구체적인 귀국 배경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 전 청장의 귀국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본인의 얘기는 들을 수 없었다.
변호인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어봤는데 변호사들과 사전에 구체적인 귀국일정에 대한 의논 없이 들어왔다고 한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변호인은 귀국하기 직전에 "머지않은 시기에 들어갈 예정"이라며 변론을 부탁해왔다고 말했다.
귀국에 이유에 대해서는 "2009년 3월 출국 당시 2년 일정으로 방미했고 예정됐던 공부가 끝이 나서 들어온 것"이라고 전했다.
▶ 검찰 수사 대상자니까 귀국할 때 일정을 조율하거나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 한 전 청장은 입국시 법무부 통보대상으로 분류돼 있었기 때문에 귀국 전 조율하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검찰과 일정 조율이나 그런 일이 있을 것으로 알려졌지만 공식적으로 검찰이나 법무부에 사전 통보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 "한 전 청장은 사전 연락 없이 귀국했고 에리카 김은 미국에서 보호관찰이 해제되면서 검찰에 귀국하겠다고 사전연락했다"고 답변했다.
사정당국의 고위관계자는 "한 전 청장의 경우 지난해부터 귀국의사를 밝혀왔지만 사건 관련자들이 난색을 표명해 미뤄 오다가 사전 조율 없이 돌연 귀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도 한 전 청장이 귀국여부를 사전에 연락하거나 조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은 "3월 24일 오전 8시 법무부의 전화를 받고서야 귀국한 줄 알았다"고 말했다.
▶ 이른바 ''기획입국''이 아니라는 얘기냐?= 한상률 전 청장 주변에서 나도는 얘기나 검찰이나 법무부 등에서는 기획입국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한 전 청장이 스스로의 판단에 따라 귀국했다는 얘기다.
이귀남 법무장관이 국회 대정부 질문 답변에서도 "사전에 통보나 조율이 없었다"고 말했다.
▶ 그런데 왜 한 전 청장의 귀국을 두고 ''기획입국''이라는 말들이 나오는 거냐?=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첫 번째는 한 전 청장의 귀국이 갑작스럽게 이뤄졌다는 점이다. 그동안 부인의 암수술과 건강상태 악화 등으로 귀국설이 계속 나돌았지만 귀국하지 않다가 지난달 전격 귀국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다.
두 번째는 ''도곡동 땅'' 의혹의 핵심인 한 전 청장의 귀국과 ''BBK 의혹의 핵심인 에리카 김씨가 약속이나 한 듯이 하루사이에 동시 귀국했다는 점이다.
두 사건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직접 관련된 사건으로 현 정부의 힘이 남아 있을 때 털고 가자는 수순 아니냐는 그런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와 관련해서 정권 핵심에서 모종의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그런 의혹도 나오고 있다.
올해 초 원세훈 국정원장이 미국을 극비 방문했다는 언론보도가 난 적이 있는데 한 전 청장의 귀국이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런 해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치권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이 본격화되기 전 부담스러운 사건들을 털고 가자는 차원에서 이뤄진 기획입국이라는 설들이 나돌고 있다.
▶ 한 전 청장의 귀국이 갑작스러운 건 아니라는 얘기냐?= 지금까지 나오는 말을 종합해 보면 계획된 귀국이지 갑작스러운 귀국은 아닌 것으로 드러난다.
한 전 청장은 귀국 한 달여 전인 지난 1월 21일 항공권을 예약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부터 한 전 청장의 조기 귀국설이 나돌았던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한 전 청장은 브라질에서 출발하는 한국행 항공권을 인터넷으로 예약했는데 미국이 아니라 브라질에서 장기체류 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 전 청장은 귀국 전에 변호인단을 구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전 청장은 국내 대형 법무법인에 자신의 변론을 맡겼는데 서울중앙지검장과 서울중앙지검 부장출신 변호사 등으로 변호인단이 구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전 청장의 변호인단과 통화를 했는데 "귀국 전에 전화가 와서 변호를 하기로 했고 머지않은 시기에 귀국할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한 전 청장의 귀국이 최소한 한 달 전에 준비됐으며 사전에 자신에 대한 변론 준비까지 마쳤다는 얘기다.
검찰도 한 전 청장이 귀국한 뒤 나흘만인 28일 소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실제로 28일 소환조사를 했다.
사전에 변호인단과 수사팀의 일정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조율이 있었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사정당국의 한 관계자가 "한 전 청장은 귀국을 하고 싶어 했으나 관련된 다른 관계자들은 조기 귀국에 난색을 표명해 왔다"는 얘기를 했다.
한 전 청장이 자신의 귀국을 위해 관계당국 또는 관련자들과 여러 차례에 걸쳐 다양한 루트로 조율 해왔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전 청장은 지난 2009년 11월 기자회견에서 "5년 예정으로 유학을 왔다"고 밝힌 적이 있다.
▶ 한 전 청장의 귀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가 뭐냐?= 한 전 청장이 여권 핵심부에 대한 폭발력 있는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한 전 청장이 받고 있는 혐의 또는 의혹은 크게 3가지인데 첫 번째는 ''그림로비'' 혐의인데 국세청 차장 시절 전군표 당시 국세청장에게 ''학동마을'' 그림을 뇌물로 상납했다는 의혹이다.
두 번째는 국세청장 유임 로비의혹이고 세 번째가 태광실업 세무조사 직권남용 혐의와 세무조사 무마 로비를 받은 의혹이다.
''그림 로비'' 의혹은 개인 혐의에 불과한 문제인데 검찰은 이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수사도 상당부분 이뤄져 있는 상태이다.
한상률 의혹의 핵심이 아니라 깃털에 불과하지만 한 전 청장이 사법처리 된다면 ''그림 로비'' 의혹 혐의가 가장 핵심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지만 국세청장 유임 로비 의혹이나 태광실업 세무조사 의혹 등은 여권 실세와 관련이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고 구속된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그리고 다른 여권 실세들의 이름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한 전 청장의 진술에 따라 엄청난 태풍이 몰아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한상률 전 청장에 대한 핵심 의혹은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 경위와 대통령 독대보고 의혹 등 아니냐?= 사실 그점이 가장 궁금한 부분이다.
한 전 청장이 국세청장으로 유임에 성공한 뒤 촛불시위가 마무리 된 2008년 7월 박연차 회장의 태광실업에 대한 대대적인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세무조사는 관할인 부산지방국세청이 아닌 국세청장 특명을 수행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4국을 동원했다.
청와대나 검찰주변에서는 한 전 청장이 유임의 보은을 위해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라는 아이디어를 만들어 실행했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정권핵심에서 세무조사를 의뢰하거나 지시한 것이 아니라 한 전 청장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냈다는 얘기다.
그러나 민주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이상득 의원이 지시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국세청장이 연매출 3천억 원 재계순위 620위에 불과한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를 기획하고 주도했으며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했다는 의혹은 언젠가는 밝혀질 사안인 것이다.
구속된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은 "한 전 청장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독대보고를 했으며 자신이 있는 자리에서 청와대에 전화보고를 하기도 했다''는 진술을 한 적이 있다.
문제는 한 전 청장에 대한 검찰수사가 언제이냐에 따라 그 폭발성이 엄청난 차이가 있다는 것은 충분히 예측이 가능하다.
한 전 청장이 내년에 귀국할 경우 수사내용이 총선과 대통령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권 교체 이후에 수사가 이뤄질 경우 태광실업에 대한 세무조사의 기획에서부터 실행 대통령 독대보고 여부, 서거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표적 세무조사의혹과 표적 수사 의혹 등이 핵심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귀남 법무장관은 2일 국회 대정부 질의 답변에서 민주당 정장선 의원이 "박연차 게이트의 단초가 된 태광실업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청와대와 협의에 의한 것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주장하자 "그 부분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며 수사를 마치면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 한 전 청장에 대해서는 개인비리로 사법처리하고 다른 사건들은 ''유야무야 되거나 덮을 것이다'' 이런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검찰수사가 어디로 튈지는 누구도 쉽게 예측하기는 어렵다.
가장 핵심은 검찰의 수사의지에 달려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검찰의 중견간부는 이런 말을 했다.
"일단 수사에 착수하게 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그러면서 "이명박 대통령의 절친한 친구인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 수사를 보면 한 전 청장의 수사가 어떻게 이뤄질 지 알 수 있을 것이다"라는 말을 했다.
천신일 회장의 경우 대우해양조선 남상태 사장의 연임로비 의혹을 받았지만 수사과정에서 새로운 금품수수 사실을 밝혀냈는데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한 전 청장이 받고 있는 개인 혐의는 ''신성해운 세무조사 무마 청탁과 함께 5,000만원 수수설'' '' 0 호텔 세무조사 관련 5만 달러 수수설'', ''유명주류업체에 대한세무조사 무마 관련설'' 등등이다.
검찰주변에서는 ''한 전 청장에 대해 개인비리 혐의 몇 가지를 적용해 사법처리하고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말들이 나돌고 있다.
사실 검찰로서는 한 전 청장에 대한 수사가 ''뜨거운 감자''임에 틀림이 없다.
사건을 대충 덮고 가자니 국민여론이 따갑고 특히 정권이 바뀐 뒤 재수사를 예상해야 하고 그렇다고 수사를 깊이 들어가자니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 핵심부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져야한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사도 생물이다''라고 말했다.
수사를 해봐야 안다는 얘긴데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는 어렵다.
자유선진당 박선영 대변인이 지난달 28일 발표한 논평에 이런 말이 있다.
"또다시 이해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게 개인의 비리차원으로 몰고 가거나 꼬리 자르기식 청부수사가 된다면 검찰은 영원히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