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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정치권을 뒤덮었던 ''안보정국'', ''연평도 정국''이 예년 이맘 때의 연말정국으로 급속히 이동하고 있다.
연말 정국은 여야가 새해 예산안과 핵심법안, 쟁점사안을 가지고 격렬한 대치를 벌이면서 예산안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통과될 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안개정국을 말한다.
이번에도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원회(계수조정소위)가 가동되고 있기는 하지만 여야간에 입장차가 너무나도 확연한 4대강 예산이 포함된 국토해양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예산에 대한 계수심사는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한미 FTA 추가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한나라당은 자동차에서는 일정 부분 양보하기는 했지만 쇠고기를 지켰고 특히 돼지고기와 의약품 분야에서는 오히려 미국의 양보를 받아냈다며 윈윈(win-win)한 협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민주당 등 진보쪽 정당은 물론 보수쪽인 자유선진당도 "연평도 도발로 미국과의 군사협력이 가장 절실한 시기에 한미 FTA 재협상 시기를 선택함으로써 국익을 관철시키지 못하고...국민을 속였다"고 혹평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 김무성 "예산안 9일 통과" 장담 속…민주당 4대강 예산 대폭 삭감 힘들어
일단 예산안 심사에서는 민주당이 불리하다.
민주당은 예산 심사에 임하면서 4대강 예산을 삭감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임위 예비심사에서는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예결위 본심사 때는 연평도 도발에 국민적 관심이 집중되면서 뒷전에 밀렸다.
계수조정심사가 팽팽하기는 하지만 여야의 줄다리기 끝에 ''낙전''처리하듯이 1~2조원 깎는 것임을 감안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4대강 예산이 대폭 삭감될 가능성은 낮다.
그렇다고 민주당이 과거 야당이 하듯이 계수조정소위에서 예산안을 붙잡고 마냥 버티거나, 예결위 회의장 또는 본회의장을 점거하고 물리적으로 저지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예결위 회의장 점거나 본회의장 점거는 2008년 연말로 끝났다고 보는 게 맞다. 특히 지금처럼 남북간에 긴장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극단적인 수단을 동원하면 고스란히 역풍을 맞게 된다.
이런 민주당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한나라당 김무성 원내대표는 5일 기자간담회에서 계수조정소위를 하루 이틀 연기할 수는 있지만 9일까지 예산안 본회의 통과라는 큰 틀은 변함이 없다고 다시 한번 못박았다.
성급하지만 예산전쟁은 한나라당과 김무성 원내대표의 승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 與 "한미 FTA 추가협상 잘해"…''굴욕적 협상'' 민주 프레임에 갇힐 수도 한미 FTA 추가 협상 결과는 상황을 지켜봐야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과 정부 여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부의 한미 FTA 추가협상 결과 발표 직후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협상에 만족감을 표시했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드러냈다.
당정청 수뇌부가 참석하는 9인회동에서 추가협상 통해서도 양국의 이익이 균형있게 반영됐다는 점을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하기로 의견을 모은 부분이다.
정부 여당의 각본에 따른 자화자찬에도 불구하고 ''연평도 도발''로 불리한 형국에서 추가 협상을 진행하면서 자동차 부분에서 전정권이 구축했던 협상라인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은 명약관화하다. 보수정당인 선진당이 "국민을 속였다"고 혹평한 부분은 이를 잘 반증하고 있다.
때문에 어영부영하다가는 퍼주기 굴욕협상이라는 야당의 프레임에 또 갇히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에 한미 쇠고기 협상을 서둘러 타결하는 바람에 촛불이라는 거센 역풍을 맞고 휘청거렸다.
이번에도 한미간의 힘의 불균형이나 우리 정부가 내세우는 논리를 그대로 추종하기를 거부하는 여론이 특정한 계기나 고리로 폭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약점을 아는 야당은 시간이 날 때마다 굴욕적 협상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 ''연평도''에 가라앉았던 대포폰 다시 터지나?연평도 도발은 대포폰과 불법사찰 문제도 수면 아래도 가라앉게 했다. 그러나 야당으로서이 두 사안은 언젠까는 꺼내들어야 할 카드다.
특히 재수사를 거부하던 그랜저 검사 사건과 관련해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한 지 얼마 안돼 해당 부장검사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수사를 제대로 안하고 묻어뒀다가 우연한 기회나 이러 저러한 계기로 표면화되면 부담이 엄청난데 대포폰 사건이나 불법사찰 문제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구멍이 여러 곳 보인다. 헛점이 보이면 공격을 당하기 마련이다.